두산이 2차 스프링캠프 첫 번째 실전 경기(오릭스전)를 앞둔 2월 24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 외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가 서툰 한국어로 끊임없이 동료에게 말을 건넨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 캠프 내내 이러한 기운을 보여주고 있다. 새 동료 라울 알칸타라(28) 합류 효과다.
1차 캠프부터 페르난데스의 활력 넘치는 훈련 자세가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2차 캠프도 그랬다. 동료의 이름을 정확히 부른 뒤 어떤 말을 묻는다. 어법은 맞지 않지만 이해가 어렵지 않다. 주어나 동사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두산 국내 선수들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친다.
지난 시즌에도 어두웠던 것은 아니다. 쿠바 출신 특유의 흥이 엿보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밝아졌다. 다른 점은 대화가 통하는 동료가 늘어났다는 것. 영어는 서툴고 스페인어에 익숙한 페르난데스는 지난 시즌 한솥밥을 먹던 외인 조쉬 린드블럼이나 세스후랭코프와의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알칸타라가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알칸타라도 영어보다 스페인어로 하는 소통이 낫다.
실제로 단짝이다. 이미 지난해 KT 소속으로 KBO 리그에 적응한 알칸타라지만 두산 선배 페르난데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형 같은 존재다"며 반겼다. 알칸타라가 2월 26일 요미우리 2군과의 경기에서 첫 실전 투구를 마친 뒤 인터뷰가 진행될 때는 건너편에 서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쳤다. KT에서 뛸 때부터 진지한 성격으로 알려진 두산 신입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투수조 조장이자 공식 외인 도우미 유희관(34)까지 합류하면 친밀감은 배가된다.
페르난데스는 2019시즌 두산에 영입됐다. 매년 외인 타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팀에서 복덩이 같은 역할을 해냈다. 197안타를 치며 최다 안타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기 생각보다 뻗지 않는 KBO 리그 공인구 탓에 장타 생산력은 마뜩잖다. 차기 시즌은 심리적으로 대비가 된 상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를 늘리겠다는 각오다. 김태형 감독은 테이블세터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페르난데스의 공격적인 성향이 시너지가 되려면 5, 6번 타순에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할 동료가 없던 그에게 알칸타라라는 선물이 왔다. 심적 안정은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알칸타라도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 페르난데스가 지난 시즌 보여준 퍼포먼스를 재연하면 두산의 통합 우승은 더 수월해진다. 알칸타라는 11승을 기록한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승수(11승)를 자신했다. 끈끈해진 외인 케미스트리는 두산의 강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