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캠프스토리] '현대에서 한화까지' 장시환과 정민태 코치의 13년 도돌이표 인연
일간스포츠

입력 2020.03.05 14:39

배영은 기자
한화 장시환이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레드마운틴 베이스볼콤플렉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배영은 기자

한화 장시환이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레드마운틴 베이스볼콤플렉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배영은 기자

 
한화 투수 장시환(33)이 피칭을 마치고 돌아오면 정민태(50) 투수코치가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잔소리를 시작한다. 그래도 장시환은 절대 기가 죽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 코치의 지적에 즉각적인 해명을 내놓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코치와 선수가 다투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만한 장면. 그러나 알고 보면 이 둘은 13년간 질긴 인연을 맺어 온 사제이자 선후배 관계다.  

 
한화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레드마운틴 베이스볼콤플렉스. 막 훈련을 마친 장시환에게 '정 코치가 주로 어떤 지적을 하느냐'고 묻자 단숨에 "6승"이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장시환은 지난해 롯데에서 처음 선발 투수로 풀타임을 뛰면서 6승 13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정 코치는 장시환에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일 때마다 "네가 이러니까 6승 밖에 못했다"고 장난스럽게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장시환이 "그래도 내가 팀 내 최다승이었다. 브룩스 레일리는 5승을 했다"고 항변하면, 정 코치는 "레일리는 20승을 할 수 있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고, 너는 그렇지 않다"는 일명 '팩트 폭력'으로 응수한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이 이렇게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비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시환은 그해를 끝으로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에 '마지막 신인'으로 입단했다. 개명하기 전이라 당시 이름은 장효훈. 반면 '현대 왕조'를 이끌었던 에이스 정민태는 현역 시절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었다. 장시환은 "그때 정 코치님은 투수 최고참이셔서 내가 눈도 마주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당당하게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고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일관성 있으신 분이다.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정민태 한화 투수코치가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레드마운틴 베이스볼콤플렉스에서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배영은 기자

정민태 한화 투수코치가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레드마운틴 베이스볼콤플렉스에서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배영은 기자

 
정 코치는 2008년 은퇴 후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한 히어로즈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장시환도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장시환은 "그때부터 코치님과 함께해서 코치님의 지도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코치님이 지적하실 때 내가 풀죽어 있으면 오히려 분위기만 다운된다는 것을 알기에 (내 생각을 얘기하고) 소통하는 것"이라며 "혼내시는 것 같지만 실은 투구 폼도 자세히 봐주시고 내가 던지는 구종에서 보완할 점도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신다. 내게 관심이 많으시다는 걸 알기에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정 코치는 히어로즈 투수코치에서 물러난 뒤 한화에 왔고, 장시환은 KT와 롯데를 거쳐 올해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13년을 거쳐 도돌이표처럼 반복된 세 번째 인연. 허물 없는 사이지만, 그만큼 정신적 교류를 나누는 관계이기도 하다. 장시환은 "새 팀에 왔는데 정 코치님을 다시 만난 게 내게는 최고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며 "어색하거나 잘 모르는 코치님을 만났다면 서로 맞춰가는 기간이 필요했을 텐데, 코치님을 만나면서 한화에 빨리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장시환은 올해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국내 선발진의 연쇄 부진으로 애를 먹었던 한화가 포수 지성준을 롯데에 내주고 영입한 즉시 전력 선발감이다. 그만큼 구단의 기대가 크고, 장시환의 부담도 적지 않다. 트레이드가 성사될 때마다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손익 비교'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장시환은 "나는 나이가 있고, 지성준 선수는 나이가 어리니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어쩔 수 없이 둘을 비교하는 기사가 나올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미 지난해 (KT와 롯데 사이에서) 겪었던 일이다. 지난 번엔 내가 졌지만, 이번만은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 장시환은 "지난해는 선발이 처음이라 나만의 루틴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면, 올해는 한 번 경험을 한 뒤라 몸 관리도 훨씬 수월하게 잘 되고 있다"며 "페이스 조절도 더 잘 되는 기분이다. 올해는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인드 컨트롤도 한다. 다른 성적은 모두 욕심내되 승 수에 대한 집착은 버리기로 했다. 장시환은 "승리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잘 던진 날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을 때 괜히 더 좌절하거나 화가 나기 마련"이라며 "그저 올해도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도는 것과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는 게 1차 목표다. 그렇게 되면 '6승'보다는 많이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벌써 프로에서 네 번째 팀에 몸 담게 된 장시환은 그 누구보다 빨리 한화에 녹아들고 있다. '원래 한화에 오래 있던 선수 같다'는 주위 평가에 "나이도 있고 적응력도 빠른 편이고 팀 분위기도 좋아서 그렇다"고 스스로도 인정했다. 야구로도 이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5일(한국시간)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정 코치는 그 가운데 장시환에게 가장 든든하게 힘을 실어주는 존재다. 장시환은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야구를 잘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나. 지난해 선발을 처음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애썼던 게 지금 결과로 조금씩 연결되는 것 같다"며 "그 과정을 옆에서 함께 도와주고 계신 정 코치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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