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쿄올림픽은 더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3.16 06:00

김희선 기자

팬데믹 국면에서 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의심 증폭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일본, 그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딜레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감염 현황에 따르면 15일(한국시간)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135개국 14만2649명, 사망자 수는 5393명이다. 지난 12일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에도 각국의 감염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스페인·프랑스·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확산세가 뚜렷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을 비롯해 북미 지역 역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여기에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어 말 그대로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경제·외교적으로 수많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머리 아픈 과제를 받아든 이들이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역사상 세 번째 팬데믹 상황을 맞은 일본과 IOC다.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부터 올해 7월 개막을 앞둔 도쿄올림픽의 개최 여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았다. 그 때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그리고 IOC 모두 정상적으로, 또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이라며 강하게 부정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전세계로 퍼져나간 지금,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회의적으로 변했고 일본과 IOC의 고민도 보다 심각해졌다.
 
팬데믹에 접어든 지 겨우 나흘이 지났을 뿐이지만 상황은 '정상 개최'를 강조하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된 이탈리아는 2만명 넘는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10일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렸고,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한 번도 멈춘 적 없었던 프로축구 세리에 A도 중단됐다. 이탈리아 뿐만이 아니다. 치솟는 확진자 가운데 선수 및 관계자들이 포함되면서 세리에 A와 함께 유럽 5대 축구리그로 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프랑스 리그앙·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모두 중단됐다. 미국에서도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가 중단되고 미국프로야구(MLB)도 개막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스포츠가 모두 중단된 상황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프로스포츠도 멈춰선 와중에 아마추어 스포츠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리 없다. 세계 곳곳에서 예정되어 있던 대회들이 연기되고 취소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의 해를 맞아 올림픽 예선을 준비 중이던 종목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각 종목 세계연맹들은 예정된 대회 일정을 가급적 뒤로 미루면서도, 올림픽 이전에 예선을 소화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분위기다. 올림픽 연기론, 올림픽 취소론이 속속 불거지는 가운데 미뤄진 예선 일정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선수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회 준비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은 일본의 입장에선 작금의 상황이 그야말로 진퇴양난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들어간 돈과 공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취소할 수도 없고, 연기하거나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도 탐탁치 않다. 어떻게든 코로나19를 올림픽 개막 전까지 누그러뜨린 뒤 정상 개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감염 확대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4일 기자회견 발언은 일본의 이런 입장을 잘 나타낸다.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확진자 수를 최소화하는 일본의 태도도 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면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미 일본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 전세계적인 재난으로 번졌다. 그리고 올림픽은 '일본의 축제'가 아닌 '전세계의 축제'다. 일본이 올림픽 개막에 맞춰 자국 내 사정을 정상화한다 치더라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상태에서 감염이 종식되지 않는다면 정상 개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쇼와대병원 감염증내과 특임교수인 니키 요시히토는 코로나19가 팬데믹에 접어들기 전인 9일 "팬데믹이 시작될 경우 일본과 다른 나라가 이 사태를 동시에 종식하는 건 불가능하다. 일본에서 여름 전까지 종식된다고 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림픽을 통해 재감염이 시작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상 개최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일본 못지않게 난감한 쪽은 칼자루를 쥔 IOC다. IOC는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한 발 물러섰다. 바흐 위원장은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를 통해 가급적 예정대로 대회를 개최하겠지만 WHO가 대회 중지를 요구할 경우 WHO의 조언을 따를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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