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키움의 달라진 변화 중 하나는 이택근(40)의 가세다. 후배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택근은 2018년 12월 2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5월초 KBO 징계가 마무리됐지만 1군에선 자취를 감췄다. 2군에서 3경기를 뛴 게 전부. 2003년 데뷔 후 1군 경기를 아예 소화하지 못한 건 2019시즌이 처음이었다. 겨울 동안 무려 90% 삭감된 연봉 5000만원(종전 5억원)에 재계약했고 절치부심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 시작은 2군이었다. 캠프 중반 1군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키움은 1,2군 선수단이 대만(1군 가오슝·2군 타이난)에서 훈련해 합류가 용이했다. 그리고 손혁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대만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타율 0.778(9타수 7안타)을 기록했다.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2월 26일 열린 중신 브라더스전에선 3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연습경기 팀 내 최다안타 공동 2위(1위 김하성 8안타). 그만큼 기복이 없었다.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손 감독이 "캠프 후반부에 합류한 이택근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 이택근은 2020시즌 구상에 포함돼 있다. KBO 징계를 모두 소화한 만큼 출전에 걸림돌은 없다. 손혁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만큼만 해주면 당연히 엔트리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 팀에 오른손 타자가 부족해 활용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통산 1631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젊은 선수가 많은 키움에서 구심점을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원 중 하나다. 경기 후반 승부처나 박빙의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오른손 대타 카드로 제격이다.
그렇다고 한 자리를 보장받는 건 아니다. '경쟁'은 필수다. 손 감독은 "택근이는 원래 연습경기를 소화하고 청백전까지 하는 걸 보고 (활용 방안을) 생각하려고 했다. 다른 선수들과 경합해서 이겨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유가 안정된 기회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키움은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던 임병욱이 복귀했다. 오프시즌 동안 단행한 트레이드로 KIA에서 박준태까지 영입했다. 외야에서 기회를 노리는 선수가 꽤 있다.
이택근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리를 한정돼 있지만, 경쟁자는 늘었다. 손혁 감독은 "(김)규민이나 임병욱, 박준태 그리고 박정음도 괜찮다. 팀에 좋은 외야 선수가 많은데 이택근도 일단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