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강행하고 싶은 아베 정부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일본 내부에서도 올림픽 연기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 스포츠 신문인 닛칸스포츠는 17일 "도쿄 올림픽 2년 뒤 개최도 검토할까, 올림픽 연기 방안에 찬성자 다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내부에서도 올림픽 2년 연기론에 찬성하는 이들이 여럿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상 개최는 무리라는 여론이 힘을 얻은 모양새다.
올림픽 2년 연기 방안은 조직위 이사인 다카하시 하루유키가 지난 1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언급하며 지지를 얻었다. 당시 다카하시 이사는 "올해 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1~2년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며 "올림픽 일정을 조정하게 되면 3월 말 조직위원회 이사회 회의에 앞서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 얼마나 중복되는지 여부가 검토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은 "중요한 시기에 경솔한 발언"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다카하시 이사의 발언은 확실한 파장을 불러왔고, 이후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갔다.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르기보다 1년 연기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고, 같은 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올림픽 정상 개최를 강조하면서도 "WHO의 권고에 따르겠다"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일본 내 여론은 이미 올림픽 정상 개최에 회의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아사히 신문이 15일과 16일 양일간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훌쩍 넘는 63%에 달했다.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23%,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9%였다. 닛칸스포츠는 "정상 개최 여부에 대한 판단 주체는 어디까지나 IOC다. 그러나 운영 계획을 세우는 조직위 이사회가 일본 측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OC는 한국시간으로 17일 밤부터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자들, 그리고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회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하고, 18일에는 각 종목 선수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