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 IOC 강행 의지에 빗발치는 비난
일간스포츠

입력 2020.03.19 06:00

김희선 기자






"우리가 뭘 어떻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 하는가?"




올림피언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전세계 스포츠를 중단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IOC가 뚜렷한 대책 대신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여자 아이스하키 전설 헤일리 위켄하이저(42·캐나다)는 "IOC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신경하고, 무책임하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18일(한국시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전세계 확진자 수가 159개국 18만 4976명으로 늘어난 코로나19의 기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북미 등 전세계 주요 스포츠가 연달아 중단된 데 이어 개막까지 불과 4개월 여를 앞둔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WHO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언 이후 한층 힘을 얻고 있는 도쿄 올림픽 취소·연기론 속에서 IOC는 17일부터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논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IOC의 입장 변화는 없었다. IOC는 17일 33개 종목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과 화상 회의를 개최한 뒤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을 둘러싼 상황이 도쿄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매일 변하고 있다"면서도 "도쿄 올림픽이 4개월 이상 남은 현재로서는 어떠한 추측도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선수들에게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현재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가 57%이며 나머지 43%를 위해 국제경기연맹(IF)과 협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올림픽에 나서야 할 선수들은 IOC의 '강행 결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이 불가능하고, 예선전도 연이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데다 건강과 안전 문제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 육상 여자 7종 경기 선수인 카타리나 존슨-톰슨(27)은 자신의 SNS를 통해 "스포츠가 전부가 아니며 코로나19를 둘러싼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훈련 시설이 폐쇄돼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미국 훈련 일정도 취소됐다"고 적었다. 이어 "IOC는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이는 정부의 지침과 상충된다. 나는 일상을 유지하고 훈련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탄식했다.
 
 
영국의 중거리 육상 선수인 제시카 주드(25) 역시 SNS에 "대체 얼마나, 우리가 뭘 어떻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 하는가? 경기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지, 선발전은 제대로 열릴 것인지, 훈련은 또 언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누군가 나와 공유해줄 것인가?"라며 IOC의 성명을 비판했다. 미국 남자 기계체조 국가대표인 사무엘 미쿨락(28) 또한 SNS를 통해 훈련 시설 폐쇄 안내문을 게재하며 "한 달 동안 훈련을 받지 못했다. 나 혼자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다들 어떻게 훈련하고 있지?"라며 올림픽 준비에 대한 고충을 드러냈다. USA 투데이는 "올림픽 개막 4개월 전인데 수백 명의 선수들이 훈련할 장소가 없다"고 설명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 카테리나 스테파니디(30·그리스)도 "IOC는 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길 바라지만 플랜B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건강을 해칠 위험을 안고 훈련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OC의 '정상 개최' 강행 결정에 반대하는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스페인 올림픽위원회(COE) 알레한드로 블랑코 위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스페인 선수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어도 지금 상태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같은 조건에서 경쟁이 어렵다"며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공정하다는 뜻을 전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코로나19 피해가 큰 나라다. 블랑코 위원장은 "스페인은 올림픽에 있어서 중요한 나라이고 올림픽은 불과 4개월 남았다"며 "우리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같은 조건으로 대회장에 도착할 수 없다"고 대회 연기를 강하게 주장했다. 자메이카 올림픽위원회의 크리스토퍼 사무다 위원장 역시 로이터 통신을 통해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더라도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은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좀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 정상 개최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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