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영 삼성 감독의 생각은 단호하다. 올 시즌 양창섭(21)을 '선발'로 쓸 계획이 없다.
2020시즌 삼성의 플러스 요인 중 하나는 양창섭의 복귀다. 지난해 3월 오른 팔꿈치 내측 인대 접합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양창섭은 지난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데뷔 시즌인 2018년 7승을 따내며 기대를 모았지만 2년 차 시즌을 앞두고 의도하지 않은 긴 공백기를 가졌다.
재활의 터널을 지나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져 복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정확한 복귀 시점엔 아직 물음표가 달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1군 마운드를 다시 밟는다면 그의 역할은 선발이 아닌 '불펜'이다. 허삼영 감독은 "창섭이는 선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스프링캠프에서) 빨리 귀국해 일본에선 실전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귀국 후에는) 퓨처스에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는데 복귀하면 롱릴리프로 기용하려고 준비 중이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은 일본 캠프에서 8번의 연습경기를 소화했다. 오승환, 윤성환, 백정현을 비롯한 총 23명의 투수가 최소 한 타자 이상을 상대했다. 양창섭은 캠프는 함께 했지만, 실전엔 나서지 않고 따로 몸을 만들었다. 조급하지 않게 시즌을 준비시킨다는 가이드라인이 적용됐다.
양창섭이 빠진 자리는 다른 선수가 채운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 데이비드 뷰캐넌이 원 투 펀치다. 국내 투수 중에선 백정현, 원태인, 최채흥, 윤성환이 선발 후보다. 경쟁에서 밀린 1명이 불펜으로 이동해 롱릴리프로 뛸 예정이다. 허삼영 감독은 "(국내 선발 후보) 4명 중 가장 좋은 선수가 나간다. 시즌 중에 비가 오거나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일단은 선발 6명을 준비시켜야 할 것 같다"며 "(나이가 적지 않은) 윤성환의 체력을 조절해주면서 상황과 팀에 맞게 로테이션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KBO 리그는 어느 팀이건 토종 선발이 부족하다. 가뜩이나 삼성은 선발 투수가 더 필요한 구단이다. 지난해 선발승이 리그 9위(37승)에 불과했다. 선발 평균자책점도 4.83(7위·리그 평균 4.20)으로 좋지 않았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54회로 7위였다. 대부분의 선발 지표가 리그 하위권이었다. 오프시즌 동안 트레이드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통한 외부 전력 보강도 없었다. 궁여지책 중 하나로 복귀를 앞둔 양창섭을 선발로 당겨쓰는 걸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허삼영 감독은 '불펜 양창섭'으로 못을 박았다. 선발로 기용하는 건 머릿속에 없다. 그는 "1년만 야구하고 그만둘 게 아니다. (양창섭은) 구단의 자산이고 좋은 선수여서 당장 급하게 쓸 건 아니다. 준비되는 대로 불펜에서 시작할 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