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B토크] 니퍼트의 잠실 은퇴식을 허하라
일간스포츠

입력 2020.04.01 08:24

야구교실 설립 차 2년 만에 입국
팬들 중심으로 은퇴식 여론 일어
자격 충분해 형식 구애받지 말자

니퍼트 전면광고

니퍼트 전면광고

중앙일보 2017년 12월 28일 자에는 눈길을 확 끄는 광고(사진)가 하나 실렸다. 7년간 두산에서 활약하다 떠나는 더스틴 니퍼트(39·미국)를 위해 팬들이 모금, 제작한 광고였다. 재계약에 실패해 kt로 떠나는 그에게 팬들은 광고를 통해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시즌까지도 두산 경기 때면 ‘40번 니퍼트’ 셔츠를 입은 팬이 보였다.
 
니퍼트는 역대 KBO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다. 8년간 통산 102승(kt 시절 8승 포함)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 중 100승 이상 거둔 투수는 니퍼트뿐이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2015, 16년)에도 주역으로 함께했다. 2016년 시상식에서 MVP를 받고 감격하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팬들이 니퍼트를 기억하는 건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지만 한국 동료와 어울리며 팀의 일원으로 녹아들었다. 두산 선수들은 그를 ‘퍼트 형’이라고 불렀다. 성실성도 빼놓을 수 없다. 선발 등판한 다음 날 잠실구장 계단을 뛰어오르던 그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니퍼트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섰다. 서울 성동복지원 아이들을 매년 야구장에 초대했다. 소아병동을 찾아 환아들에게 선물을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야구를 하며 얻은 게 많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내게도 큰 기쁨”이라고 말하곤 했다. 팬들은 그런 그를 ‘니느님(니퍼트+하느님)’이라고도 불렀다.
 
 
니퍼트가 운영을 계획중인 아카데미. [사진 니퍼트 인스타그램]

니퍼트가 운영을 계획중인 아카데미. [사진 니퍼트 인스타그램]

2018시즌 뒤 은퇴한 니퍼트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고향 오하이오주에서 쌍둥이 동생 데릭과 농장 일을 하며 지냈다. 그런 니퍼트 소식을 최근 전해 들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라고 알렸다. 얼마 전 한국에 돌아온 니퍼트는 “나는 늘 야구와 함께였고, 야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한다. 어떻게 하면 야구에 대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야구 교실을 준비하게 됐다”고 아카데미 설립 배경을 전했다.
 
니퍼트의 입국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 팬들 사이에서 “은퇴식을 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두산을 떠나 kt에서 은퇴하는 바람에 이렇다 할 은퇴 행사가 없었다. 두산도 지금으로서는 니퍼트 은퇴식과 관련한 특별한 계획이 없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은퇴식이 열린 적은 아직 없다. 롯데에서 활약한 펠릭스 호세(55·도미니카공화국)도 2013년 구단의 초청을 받아 시구한 적은 있지만, 은퇴식은 아니었다.
 
벌써 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니퍼트 정도로 헌신하고 족적을 남긴 선수라면 은퇴식을 해줄 만하다. 두산도 2017시즌 이후 재계약이 어려워지면서 은퇴식을 제안한 적이 있다. 꼭 은퇴‘식’이라는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에 선 니퍼트의 모습을 팬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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