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허삼영 삼성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포지션별 경쟁'을 내걸었다. 허 감독은 "기존 A 선수가 너무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 체력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 손실을 막아줘야 선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전과 백업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의미였다. 자체 청백전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삼성의 가장 큰 특징도 '경쟁'이다.
삼성은 18일 자체 청백전을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3월 28일 예정이던 개막이 미뤄지고 팀 간 연습경기도 불허됐다. 무관중 청백전만 11경기를 소화했다. 허삼영 감독은 이 기간 1,2군 선수를 고루 기용하며 테스트했다. 붙박이 고정은 없었다. 취임 때 밝힌 포지션별 경쟁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맡았던 1루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은 이번 겨울 러프와 재계약하지 않고 내야 멀티 플레이어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성규와 김성표, 이성곤 등이 청백전 동안 1루를 맡았다. 백승민도 몸이 좋지 않아 퓨처스로 내려가기 전까지 1루수로 뛰었다"고 했다. 삼성은 주전 1루수가 유력한 이원석이 허벅지 부상에서 재활 중이다. 청백전을 단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해 더 많은 선수가 기량을 점검받았다.
2루수와 유격수도 선수층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김상수를 필두로 살라디노, 양우현, 박계범, 김호재, 김지찬 등이 다양하게 경기를 뛰었다. 유격수 자리는 지난해 주전 이학주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무주공산이 됐다. 허 감독은 유격수와 2루수를 서로 스위치하며 경기를 출전시켰다. 하루는 유격수, 하루는 2루수를 맡게 해 출전 범위를 넓혔다. 3루도 살라디노, 최영진, 양우현, 박계범 등이 투입돼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 가능성을 평가받았다.
외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전 우익수 구자욱을 좌익수로 투입하며 실험했다. 구단 관계자는 "구자욱, 최영진, 박찬도, 김헌곤, 김동엽, 이현동 등이 코너 외야수로 청백전을 뛰었다. 중견수는 박해민, 이성규, 김지찬, 박승규 등이 소화했다"고 했다. 내야수인 최영진과 이성규, 김지찬이 외야수를 겸업하며 정규시즌을 대비했다. 주전 외야수는 구자욱, 박해민, 김헌곤, 김동엽 등이 맡을 게 유력하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꺼워지면서 코칭스태프의 고민도 깊어졌다.
강민호가 버티는 포수도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만년 유망주 김응민이 청백전 타율 0.324(34타수 11안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청백전 성적은 강민호(타율 0.250)보다 더 낫다. 포수 마스크를 쓴 4명 중 유일하게 홈런까지 때려냈다. 김민수, 김도환과 펼치는 백업 안방마님 경쟁에서 일단 우위를 점하게 됐다.
청백전을 모두 마무리한 허삼영 감독은 "아직 몇몇 선수가 올라오진 않았지만, 이전보다 팀 전력을 끌어올린 것 같다. 팀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선수들이 인지한 것이 가장 큰 플러스 요인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자체 청백전을 통해 선수들의 가능성과 경쟁력을 확인했다. 앞으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가 게임에 출전한다. 경쟁력이 있다면 기회를 주겠다. 한정된 기회 속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가 살아남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는 21일 KIA와 팀 간 연습경기를 시작하는 삼성의 키워드는 경쟁이다. 허삼영호가 표방하는 삼성 야구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