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와 현대모비스가 만들어갈 19년의 동행
일간스포츠

입력 2020.04.23 06:01

김희선 기자
지난 21일 현대모비스와 3년 재계약을 맺은 유재학 감독. IS포토

지난 21일 현대모비스와 3년 재계약을 맺은 유재학 감독. IS포토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변할 시간 동안 굳건히 한 팀의 사령탑 자리를 지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만수' 유재학(57)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의 3년 재계약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21일 프로농구 최장수 사령탑인 유 감독과 2023년 5월 31일까지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연봉 등 계약 세부 내용은 상호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로써 3년 더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게 된 유 감독은 계약 기간을 무사히 소화할 경우 한 팀에서만 19시즌(만19년 2개월)을 보내는 진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야구와 축구, 배구, 농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도 단일팀 최장기간 재임 기록이다.
 


'만수'라 불리는 사나이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비정한 프로 무대에선 흔히 감독들을 '파리 목숨 신세'라고 표현한다. 성적이 부진하면 아무리 이름값 높은 감독이라도 오래 버틸 수 없는 게 프로 무대다. 이런 냉혹한 환경 속에서, 한 팀에서만 20년 가까이 지휘봉을 잡게 된 유 감독의 존재감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 천재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유 감독이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건 1993년이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선수로선 이른 나이인 28세에 은퇴하고 일찌감치 지도자 코스를 밟았는데, 1993년부터 모교 연세대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가 1997년 새로 창단된 대우증권(현 전자랜드)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승격됐다. 그가 프로농구 사령탑에 데뷔한 건 1998~1999시즌, 당시 유 감독의 나이는 만 35세로 프로농구 역대 최연소 사령탑 기록을 세웠다.
 
이후 모기업이 계속 바뀌면서 신세기 빅스, SK 빅스, 전자랜드로 팀이 변하는 과정 속에서도 감독 자리를 지켰던 유 감독이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와 인연을 맺은 건 2004년 3월이었다. 그 때부터 '만수'의 자리는 한결같이 현대모비스였다.
 
유재학 감독은 16시즌 동안 눈부신 업적을 이뤘다. KBL 제공

유재학 감독은 16시즌 동안 눈부신 업적을 이뤘다. KBL 제공

2004년 부임해 2019~2020시즌까지 16시즌 동안 현대모비스를 이끌면서 유 감독이 거둔 업적은 눈부시다. 정규리그 6회 우승, 챔피언결정전 6회 우승에 감독상도 5번이나 수상했다. 지휘봉을 잡은 뒤 정규리그 통산 성적은 662승(487패). KBL 역대 최다승 기록이자 최초로 600승을 돌파한 사령탑이 바로 유 감독이다. 만 가지 수라는 뜻의 '만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이처럼 유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장으로 '모비스 전성시대'의 씨를 뿌리고 일궈냈다. 프로팀은 물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다.
 
단순히 성적만으로 '명장' 소리를 듣는 건 아니다. 지략이 풍부하고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한 유 감독은 선수들을 키워내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얼마 전 은퇴한 현대모비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동근(39)이 대표적이다. 최초의 한양대 출신 전체 1순위 드래프티가 된 양동근은 유 감독 밑에서 자신의 장점인 성실함을 인정받으며 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고, 역대 최다 챔피언 반지(6개)를 가지고 은퇴했다. 여전히 현대모비스의 주축인 함지훈(36)을 비롯해, 팀을 떠난 선수들 중에도 김효범(37) 김시래(31·LG) 이대성(30·KCC) 등도 그의 안목을 증명한다. 양동근은 은퇴 기자회견 자리에서 "내가 이 자리 있기까지 만들어주신 분"이라며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4대 프로스포츠 최장수 감독은? 




김응용 전 감독(왼쪽부터)·최강희 감독·신치용 진천선수촌장. IS포토

김응용 전 감독(왼쪽부터)·최강희 감독·신치용 진천선수촌장. IS포토

 
그동안 4대 프로스포츠 최장수 감독은 프로야구 김응용(79) 전 감독이었다. 김 전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1982년 11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만 17년 11개월 동안 팀을 이끌며 최장수 사령탑으로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감독 데뷔 첫 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또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는 등 무려 9번이나 해태에 우승을 안기면서 '장기집권'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프로축구의 경우는 전북 현대의 '1강' 체제를 굳힌 최강희(61) 감독이 단일 팀에서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으로 꼽힌다. 최 감독은 2005년 7월 전북에 부임해 2018년 12월까지 팀을 이끌고 중국 슈퍼리그 무대로 떠났다. 그러나 최 감독의 경우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약 1년 5개월 간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팀을 떠나있었던 만큼, 이 기간을 빼면 약 12년 동안 전북을 이끈 셈이 된다.
 
프로배구에선 신치용(65) 진천선수촌장을 꼽을 수 있다. 1995년 11월 삼성화재 창단 때부터 감독을 맡은 신 촌장은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한 후에도 사령탑 자리를 지키며 삼성화재의 우승 신화를 썼다. 신 촌장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2015년 5월까지 약 19년 6개월간 삼성화재를 이끈 셈이다. 실업팀 시절을 빼고 프로배구 출범 이후만 따지더라도 10년 5개월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