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고 있는 ‘재능 공유’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인 ‘숨고(숨은고수)’가 과금 정책을 바꾸며 이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수’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 재능을 공유하겠다는 제안만 해도 돈을 내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탓이다. 최근 과도한 수수료 정책을 공개했다가 번복한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사례가 있어 숨고가 비슷한 수순을 밟을지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에 집 보러 갔는데 복비 내라는 꼴”
숨고는 인테리어나 청소, 외국어 과외, 사진 촬영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고수(전문가)와 이를 필요로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요청서를 숨고 앱에 올리면, 고수가 이에 관한 견적서를 발송해 양쪽의 조건이 성립될 경우 거래가 성사된다. 숨고의 누적 견적 수는 지난해 12월 100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숨고의 과금 정책은 고수가 소비자에게 견적서를 발송할 때, 고수가 월정액으로 충전해놓은 ‘크레딧’이 차감되는 방식이었다. 소비자와 고수 사이에는 채팅방이 열리고, 소비자가 견적서를 확인하고 고수와 상담하게 된다.
이때 숨고는 소비자가 견적서를 읽었더라도 48시간 이내에 응답하지 않으면, 고수가 지불한 크레딧을 다시 돌려주는 보상 정책을 제공했다. 고수의 견적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이었다.
1년 넘게 숨고를 이용한 고수 A씨는 ”거래 성사에 대한 기대감에 숨고 앱을 사용했다. 경험상 평균 20명의 요청자에게 견적서를 발송하면 약 90% 소비자가 견적서를 확인했고, 그 중 서너명에게서 답장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는 잘해야 서너명 중 1명이 성사됐다”고 했다.
A씨는 거래성사율이 높지 않았지만, 미응답에 대한 크레딧이 있었고 발품 팔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고객을 찾을 수 있어 사용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숨고는 지난 2월 18일 크레딧 정책을 ‘캐시’ 시스템으로 바꿨다. 소비자가 견적서를 읽더라도 답하지 않으면 환급해주던 것을, 읽기만 해도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A씨는 “견적서당 약 4000~6000원의 캐시가 차감됐다. 20개의 요청서를 보내면 약 10만원 정도의 돈이 자동으로 나간다는 얘기”라며 “부동산 통해 집 보러 갔다가 거래도 없었는데 복비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견적서당 5000원이라고 가정하고 하루에 20건을 발송하면 10만원의 비용이 무조건 발생하는데, 거래 성사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숨고는 소비자에게 견적서를 확인해도 고수의 크레딧이 차감되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공지하면 소비자 심리가 위축돼 답장을 보내길 꺼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내용을 전달한 A씨는 숨고로부터 ‘소비자가 견적서를 받더라도 스마트폰 메시지 알림으로 견적 내용 확인이 가능해 굳이 채팅창에 접속하지 않아도 돼 캐시 차감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A씨는 “일반적으로 견적서가 한두줄로 끝나는 게 아니고 고수 경력이나 비용을 확인해보려면 앱에 들어오는 게 통상적인데, 전혀 공감되지 않는 회피성 답변이다”고 주장했다.
공감 못 하는 고수들…숨고 “고용 보장해주는 데 아냐” 숨고를 이용하던 다수의 고수는 바뀐 정책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 포털의 에어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견적서를 확인 안 하면 캐시를 보상해주는데, 대부분 확인해서 보상받기가 힘들다” “매칭이 돼야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도 아니고, 견적서를 보낼 때마다 캐시가 사라지니 답이 없다. 숨고만 돈 벌어간다” 등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앱마켓 리뷰만 봐도 별점 1개와 함께 숨고 앱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이 바뀐 직후인 2월 말에는 이용자들의 항의 글이 빗발쳤다.
고수들 사이에 해당 이슈가 커지자, 일부에서는 숨고 측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요청서를 올려 고수들이 견적을 보내도록 유도해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숨고 관계자는 “숨고 앱은 고수가 견적서를 발행해 거래가 성사될 시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견적서 발행 비용이 든다고 봐야 한다”며 “숨고는 고수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상정책이 바뀌면서 대량의 견적서를 발행해야 하는 고수들은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통은 크레딧 정책보다 그때그때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 정책이 더 이득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