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어떻게든 봄은 온다… 무관중 연습경기로 첫 발 내딛은 K리그
일간스포츠

입력 2020.04.24 06:00

김희선 기자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연습경기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이날 경기는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된 K리그에서 2020시즌 리그 최초로 진행됐다. 실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날 연습경기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체계를 함께 점검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인천=김민규 기자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연습경기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이날 경기는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된 K리그에서 2020시즌 리그 최초로 진행됐다. 실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날 연습경기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체계를 함께 점검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인천=김민규 기자



"이렇게라도 축구를 보니 좋네요."


정규리그도 아니고 관중도 없었지만, 푸른 잔디 위 굴러가는 축구공과 선수들의 우렁찬 고함소리에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개막 분위기를 내려는지, 한껏 풀려 봄이었던 날씨도 겨울마냥 추웠다. 패딩과 코트로 몸을 감싼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낀 채 90분 동안 그라운드에 시선을 고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기약 없이 미뤄졌던 K리그가, 드디어 시즌 개막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린 프로축구 K리그의 축구 시계가 23일 움직였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 대로 떨어져 안정세에 접어들고, 정부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조심스레 개막 가능성을 타진하던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오후, 개막 준비 첫 단계로 구단간 연습경기를 허용했다. 자체 청백전만 반복하느라 실전 감각이 떨어져있던 각 구단들은 바쁘게 움직였고 그 중에서 K리그1(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가 가장 빨리 첫 연습경기 일정을 잡았다. 상대는 K리그2(2부리그) 수원 FC였다.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연습경기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경기 중 벤치에 대기한 선수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연습경기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경기 중 벤치에 대기한 선수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2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이후 약 2개월 만에 축구장이 다시 문을 열자 취재진만 70여 명이 몰렸다. 연습경기는 물론, 앞으로 치르게 될 무관중 경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원 삼성, 상주 상무 등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인천축구전용구장을 찾아 유심히 지켜봤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도 경기장을 찾아 방역 체계와 경기 운영을 확인했다. 이종권 홍보팀장은 "각 구단 연습경기를 통해 긍정적인 부분이나 보완점 등을 찾게 되면 향후 무관중 경기를 진행할 때 반영하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K리그는 프로야구와 달리 '시범경기' 개념이 없다. 그러나 인천은 개막이 다가온 시점을 고려해 연습경기도 실전처럼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담아, 23일 열린 수원 FC와 연습경기에 '시범경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 연습경기처럼 리그 개막을 앞두고 팀 전력을 점검하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속에 시즌을 안전하게 치를 대안을 선보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천 관계자는 "이번 연습경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 체계를 확인하는 점검 무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시범경기'라고 이름 붙인 만큼 준비도 철저했다. K리그 전임 심판진과 의료진이 나섰고 선수단도 구단 버스를 통해 실전처럼 입장했다. 인천은 연습경기 당일 선수단과 취재진의 동선을 분리해 접촉하지 않도록 했고, 발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은 물론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등을 배부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연습경기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경기 시작전 선수들이 마실 생수를 배번과 이름이 새겨진 용기에 준비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연습경기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경기 시작전 선수들이 마실 생수를 배번과 이름이 새겨진 용기에 준비하고 있다.

 
또 경기 진행 인력 역시 최소화했다. 킥오프 후 그라운드에는 양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심판진만 남았고 볼보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은 물도 함부로 마시지 않았다. 연맹 지침대로 자신의 등번호가 적힌 개인 물병에 담긴 물만 마셨다. 경기 후 인터뷰 동선도 제한됐다. 정규리그였다면 양팀 감독의 사전 인터뷰와 경기 후 선수들의 믹스트존 인터뷰가 진행됐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대면 인터뷰가 시기상조라는 판단 하에, 그라운드에서 2m 이상 간격을 두고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였다.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부족했던 하나는 관중의 존재였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외치는 소리가 4층 기자석에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로, 관중 없는 경기장은 한없이 쓸쓸했다. 무관중 경기를 각오해야 하는 구단 관계자들의 표정엔 비슷한 고민이 감돌았다. 무관중 경기가 갖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활기찬 K리그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다. 한편 이날 경기는 원정팀 수원 FC가 전반 28분 터진 일본인 공격수 마사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인천=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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