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시작된 팀 간 교류전은 닷새 동안 총 15경기가 열렸다. 팀 별로 3경기씩 소화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전력이 공개됐다. 눈길을 끄는 기록은 도루다. 삼성은 리그 1위인 경기당 2개가 넘는 도루 7개(실패 1회)를 성공시켰다.
기회가 생기면 뛴다. 첫 번째 연습경기부터 조짐을 보였다. 21일 광주 KIA전에서 도루 3개를 쏟아냈다. 7회까지 단 한 번의 시도도 하지 않다가 8회 3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두 번째 연습경기인 23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도루 3개를 기록했다. 1회 박찬도의 도루 실패가 나왔지만 4회 김헌곤과 살라디노, 8회 김성표가 2루를 훔쳤다. 25일 대구 한화전에선 8회 대주자 박승규의 도루가 나왔다.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달렸다. 득점의 발판을 대부분 도루로 만들었다.
연습경기에선 보통 도루 시도를 자제한다. 부상자라도 나오면 자칫 개막전 구상이 꼬일 수 있다. 대부분 힘을 뺀다. 지난해 팀 도루 1위 SK는 3경기에서 3번만 시도했다. 두산과 한화도 각각 1회 시도에 그쳤다. 삼성은 편중 현상도 없다. 특정 선수에 쏠리지 않는다. 2개를 성공한 김성표를 제외하고 6명의 선수가 각각 1개씩을 기록했다. 2년 만에 도루왕 타이틀 탈환을 노리는 박해민은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 삼성의 발야구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다.
예상된 움직임이다. 지난해 9월 30일 삼성 제15대 사령탑에 오른 허삼영 감독은 전력분석 전문가다. 프로 생활(1군 통산 4경기)은 짧았지만, 일찌감치 운영파트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감독 선임 이전엔 구단 전력분석 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작전 야구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다. 허 감독은 취임 후 "움직이는 폭을 넓히겠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삼성의 팀 도루는 지난해 4위. 약점은 아니었지만, 강점이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외국인 타자로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한 것도 기동력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살라디노는 내야 전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수비 활용도가 최대 강점이다. 영입 당시에도 수비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그런데 마이너리그 통산 도루가 129개일 정도로 뛰는 야구에도 특화돼 있다. 2012년에는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에서 시즌 39도루를 성공시켰다. 거포형 외국인 타자 영입을 포기한 건 결단이다. 대신 기동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여기에 김성표와 김지찬 등 주루 센스를 갖춘 '뉴 페이스' 자원이 1군에서 기회를 잡으면서 팀 컬러가 변했다.
올 시즌은 어느 해보다 도루의 가치가 올라갈 전망이다.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한 지난해 각 구단의 장타 생산이 확 줄면서 기조가 달라졌다. 리그 전체 홈런이 1756개에서 1014개로 약 42%가 줄어들었다. 수도권 A 구단 전력분석 관계자는 "부상 우려 때문에 급증하진 않더라도 홈런으로 인해 점수가 나지 않으면 결국 작전 야구, 발야구 쪽으로 갈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