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정근우 "2루수 복귀? 두려움도 있지만 하루하루 재밌고 소중하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01 07:40

이형석 기자
지난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맹훈련을 소화해 얼굴을 검게 그을린 정근우의 모습. 오키나와(일본)=이형석 기자

지난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맹훈련을 소화해 얼굴을 검게 그을린 정근우의 모습. 오키나와(일본)=이형석 기자

 
잠시 비웠던 자리를 되찾았다. 한동안 보관해온 글러브도 다시 꺼내 매일 착용하고 있다. 그래서 야구장으로 출근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하루하루 정말 재밌고, 아침에 눈을 뜨면 상쾌하다. 야구장에 빨리 나오고 싶다"고 한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이라는 자만심은 버리고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LG 정근우, 개막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정근우는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아 한화에서 옮겨왔다. 2루 포지션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한 류중일 LG 감독이 구단에 직접 정근우의 지명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구단 30주년 신년회에 참석해 "LG 트윈스 신입 선수 정근우입니다. 명문구단에 와 영광입니다. 팀이 올해 마지막까지 유광점퍼를 입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6년간 몸담았던 한화를 떠난 점은 아쉽지만, 대신 원래 포지션인 2루수로 돌아올 수 있어 그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빠른 발을 활용한 수비와 주루 플레이, 정교한 타격에 야구 센스까지 갖춘 정근우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룬 대표팀 일원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세 차례 수상했고, 대형 FA(프리에이전트) 계약도 맺었다. 그런데 한화 소속 당시 수비 폭과 움직임이 줄어들었고, 신예 정은원의 등장으로 2루 글러브를 내려놓고 외야로 전향하기도 했다. 아무리 야구 센스가 뛰어난 그였지만, 30대 후반에 나선 새로운 도전에서 실책도 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2루수로 자부심이 컸던 정근우는 "어릴 적부터 수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기 중에 실책을 범하면 스스로 납득하지 못할 정도였는데…"라고 했다. 
 
 
통산 타율 0.303에서 보이듯 타격 재질이 워낙 좋아 외야수와 지명타자 등으로 계속 경기에 나섰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전성기 때는 (2루수로) 자만심도 있었고, 당연하다는 듯 '내 자리'로 여겼다. 2년간 2루수를 떠나면서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진 모습이다. 
 
정근우는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 동시에 2루수로 돌아왔다. 류중일 감독은 정근우가 최근 2년 간 포지션을 옮겼으나, 경험과 수비에서 여전히 좋은 기량을 갖췄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다신 2루수로 못 들아올 줄 알았는데 기회가 왔다. 소중함을 느낀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더욱 실수를 줄이려 열심히 하고 있다. 다시 2루수로 기회를 얻은 만큼 후회 없이 뛰고 싶다"고 다짐했다. 
 
설렘과 함께 걱정도 든다. 정근우는 "솔직히 마음 한구석으론 두려움도 갖고 있다. '과연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또한 (현역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몸으로, 또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개인 성적이나 통산 기록보단 팀 성적을 훨씬 강조한 그였다. 
 
이런 걱정과 달리 정근우는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에서 타율 0.370(27타수 10안타)으로 쏠쏠한 타격감을 자랑했고, 타 구단과의 연습경기에서도 8타수 3안타로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2루수로 움직임과 경기 감각도 되찾아가는 중이다.  
 
'베테랑' 정근우는 이미 팀에 녹아들었다. 그는 "LG에 고려대 선후배가 많다. 내가 대학 1학년 때 살뜰히 챙겨준 박용택 선배가 있고, 먼저 다가오는 후배 김용의도 있다"며 팀 적응력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분위기 메이커인 그는 외국인 선수의 로베르토 라모스와 장난을 주고받으며 한국 생활 적응에도 일조하고 있다. 
 
 
요즘은 같은 포지션의 정주현과의 경쟁 체제가 부각돼 다소 부담이다. 정근우는 "(정)주현이가 잘해야 한다. 또 그럴 시기다"면서 "선의의 경쟁보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경쟁'이라 하면 뺏고, 뺏기는 관계로 여겨지는데, 우리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보이며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후배를 응원했다. 정주현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부터 근우 형은 나의 우상이자, 롤 모델이고 또 레전드다. 낯가림이 심해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데 근우 형이 이 정도로 많이 알려줄지 몰랐다. 내게 부족한 점을 꼼꼼히 캐치해 설명해준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아직 개막하지 않았지만, 정근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형석 기자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