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불펜 투수 김동준(28)은 최근 이름을 김태훈으로 바꿨다. 그는 “자잘한 사고가 있고, 야구도 잘 안 풀리는 것 같아서 오래전부터 개명을 고려했다. 2016년 입대 전에 유명 작명가에게 ‘김태훈’이라는 이름을 추천받았는데, 전역 후 다른 작명가에게 똑같은 이름을 받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2년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김동준은 2년 뒤 1군에 데뷔했다. 하지만 2018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에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 33경기에 나와 8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괜찮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개명을 결단했다.
새 이름으로 등장한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10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된 김태훈은 팀이 1-3으로 뒤진 5회 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3이닝 무실점, 호투했다. 그 사이 타선이 터져 6-3으로 역전승해 김태훈은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그는 “이름을 바꿔서 그런지, 첫 등판에 승리했다. 올해 잘 풀릴 것 같다”고 기뻐했다.
개명 후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가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손아섭(32·롯데 자이언츠)이다. 원래 이름은 손광민이었다. 2009년 이름을 바꿨는데, 2010년부터 매 시즌 100경기 이상 뛰며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았다. 그 영향으로 한때 롯데에는 개명 바람이 불었다. 투수 김세현(33·SK 와이번스)은 2016년 김영민에서 바꾼 이름이다. 그해 마무리 보직을 맡았고, 36세이브로 구원왕에 등극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투수 오주원(35·키움)도 2016년 오재영에서 개명했다. 2017년 18홀드, 2018년 15홀드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이름을 바꾸면 정말 일이 잘 풀릴까. 신상명 일송성명학연구소장은 “스포츠 선수가 이름을 바꾸겠다며 종종 찾아온다. 돌림자를 고려해 이름을 짓다 보니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이름을 가진 경우가 꽤 있다. 개명한 뒤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들 말한다.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