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토리] '동명이인'이 된 SK-키움 김태훈, 2020시즌 새출발 동상이몽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14 06:01

배영은 기자
'김태훈'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2020시즌을 뛰고 있는 SK 김태훈과 키움 김태훈. IS 포토

'김태훈'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2020시즌을 뛰고 있는 SK 김태훈과 키움 김태훈. IS 포토

 
올해 KBO 리그에는 '김태훈'이라는 이름의 투수가 두 명으로 늘었다. 원래 그 이름이었던 SK 김태훈(30) 그리고 지난해까지 '김동준'이라는 이름으로 뛰었던 키움 김태훈(28)이다.  
 
둘 모두에게 올해는 특별한 새출발의 시즌이다. SK 김태훈은 불펜을 떠나 선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시즌을 마무리 투수로 출발한 뒤 시즌 중반부터 리그 최강의 셋업맨 가운데 한 명으로 활약했지만, 올해는 보직이 완전히 바뀌었다.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하면서 비게 된 선발 한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어렵지 않게 새 5선발로 낙점됐다.  
 
김광현-박종훈-문승원의 국내 선발 3인이 워낙 견고하게 자리를 지켰던 SK다. 김태훈은 오랫동안 선발 투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야 했고, 나이 서른에야 마침내 붙박이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목표를 이뤘다. 그 첫 번째 발걸음의 시작이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이었다.   
 
 
김태훈은 롯데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6회까지 무실점으로 0-0 승부를 벌였다. 3연패에 빠져 있던 팀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역투를 했다. 경기 초반에는 투구 수가 많아 고전했지만 점점 안정을 찾았고, 4회부터 6회까지는 모두 삼자범퇴로 롯데 타선을 돌려 세웠다. 3회 이후에는 이닝당 투구 수 10개를 넘기지 않았을 정도다.  
 
유일한 아쉬움은 7회. 한 이닝을 더 소화하러 마운드에 올랐다가 볼넷 두 개를 연거푸 내주고 무사 1·2루서 교체됐다. 불펜이 주자 두 명을 모두 들여 보내 패전 투수가 됐다. 최종 성적은 6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 투구 수는 85개였다.  
 
선발 전환 후 첫 경기라 투구 수 70개가 넘어가자 제구가 흔들렸지만, 한창 물이 올라 있던 롯데 타선을 상대로 충분히 제 몫을 해냈다. SK 타선이 스트레일리의 7이닝 무실점 역투에 막혀 득점 지원을 못했을 뿐이다. 지난 시즌 후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도 건강하게 마운드로 돌아 온 김태훈의 힘찬 출발은 불안 요소가 많았던 SK 마운드에 큰 희망이다.  
 
 
키움 김태훈은 올해 이름을 바꿨다. 지난 시즌 유니폼 뒤에 '김동준'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 '여섯 번째 선발 투수' 혹은 '일요일의 선발 투수'로 더 유명했던 그다.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대신 마운드에 올라 팀 체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 그 누구보다 훌륭하게 스윙맨 역할을 해냈다. 그런 그는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고, 야구도 좀 더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름을 바꾸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동명이인인 선배 투수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두 군데의 작명소에서 같은 이름을 권하자 '태훈'이란 이름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결국 큰 결심을 했다.  
 
새 시즌에 유독 각오가 남달랐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지난 가을 임신한 아내가 지난 4일 딸 지유를 건강하게 출산했다. 개막 전날 아이가 태어난 터라 출산 휴가를 얻어 개막 엔트리에 바로 합류하지 못했고, 2군에서 한 경기를 던진 뒤 지난 10일에야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날 고척 한화전에서 팀이 1-3으로 뒤진 5회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뒤 7회까지 3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타선이 경기를 뒤집어 김태훈은 기분 좋은 시즌 첫 승리를 안았다. 팀의 주말 3연전 싹쓸이를 확정하는 1승이었다. 김태훈은 경기 후 "아내에게 그동안 너무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딸이 태어난 뒤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야구도 더 잘해야 하고 가족에게도 더 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산후조리원에 가족도 출입할 수 없는 상황. 딸이 태어난 뒤 아직 단 한 번밖에 안아보지 못했다는 초보 아빠다. 그는 "아내가 지난 10개월 동안 너무 고생했다. 힘들 텐데도 밥을 차려주면서 잘 챙겨줘서 더 고마웠다"며 "내가 더 야구를 잘해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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