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구 외인 트라이아웃, 낯선 풍경·의외의 선택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19 06:00

안희수 기자
지난 15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지명된 노우모리 케이타가 영상통화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지명된 노우모리 케이타가 영상통화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프로 배구가 사상 처음으로 '화상'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낯선 풍경 속에 진행된 한 시즌 농사의 시작. 전망을 벗어나는 선택이 흥미를 안겼다.  
 
지난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유홀에서 실시된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장소도 선발 과정도 초유였다. 코로나 펜데믹 여파 탓이다. 2019~2020 정규리그도 조기에 종료한 V-리그는 각 팀 전력에 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인 선수 선발까지 미지수를 감수한 채 진행했다. 5월 초에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가 코로나19 확산 추세로 인해 취소됐고, 이 제도가 도입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연습 경기가 없이 선수가 제출한 영상과 자료로 선발이 이뤄졌다. 한국에서 말이다. 
 
외인 선발은 매년 중요했다. 차기 시즌은 더 주목받았다. 2019~2020시즌 초반부터 부상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리버맨 아가메즈가 개막 전에 이탈했다. 삼성화재도 6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던 조셉 노먼이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짐을 쌌다. KB손해보험도 드래프트에서는 마이클 산체스를 영입했지만, 시즌 초반에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해서 이탈했다. 현대캐피탈도 검증된 외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이탈했다.  
 
내구성을 검증하지 못한 구단의 선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차기 시즌 외인 선택은 더 신중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러나 코로나 악재가 생겼고 '비대면' 선발이 이뤄졌기에 우려도 있었다. 
 
새 얼굴보다 V-리그에서 뛴 경력이 있는 선수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득점(786점)과 공격 종합(56.36%) 1위에 오르며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2위를 견인한 안드레스 비예나, 하위권이던 현대캐피탈의 재도약을 이끈 다우디 오겔로만 재계약했다. 우리카드가 선택한 알렉산드리 페헤이라(알렉스)만 두 시즌(2017~2019년) 동안 KB손해보험에서 뛴 구관이다. 나머지 다섯 팀은 모두 새 얼굴을 선택했다. 바로티, 요스바니 등 눈길을 끈 전직 V-리거는 명단에 없었다. 
 
지명 순위는 지난 시즌 역순으로 구슬 수가 차등 배분된 뒤 자동 추첨기에서 먼저 나온 순서대로 가진다. 30개를 넣은 6위 KB손해보험은 7위(35개) 한국전력을 제치고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이 15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케이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KOVO 제공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이 15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케이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KOVO 제공

 
이상렬 KB손해보험 신임 감독은 말리 출신 노우모리 케이타를 선택했다. 2019~2020시즌에 세르비아 리그에서 득점 1위에 오른 선수다. 서브 득점도 1위다. 신장과 점프력이 좋다. 무엇보다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 새 감독 체제로 도약을 노리는 손해보험은 모험을 선택했다. 분위기를 전화해야 한다는 의지였다. 이미 현대캐피탈이 강점이 확실한 다우디를 영입해 좋은 효과를 본 전례도 있다. 
 
삼성화재도 한국전력보다 먼저 지명권을 가졌다. 바토즈 크라이첵을 선택했다. 폴란드 국가 대표 출신인 그는 2012년에 열린 국제배구연맹 월드 리그 우승 멤버다. 부상 이력이 있고, 지난 시즌은 폴란드 2부 리그에서 뛰었다. 그러나 고희진 신임 감독은 일찌감치 크라이첵을 1순위로 점찍었다. 신장이 크고 스피드와 기술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전력은 가장 주목받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카일 러셀을 영입했다. 지명권 차등 확률이 가장 높았지만 5순위까지 밀렸다. 그러나 장병철 감독이 염두에 둔 선수였다. 현역 미국 국가대표다. 레프트와 라이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영입한 베테랑 박철우의 체력 안배가 가능하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에 우승 청부사 가빈 슈미트와 한 시즌을 치렀지만, 지나친 외인 의존도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차기 시즌은 짜임새와 조화를 화두로 내세웠다. 러셀을 적임자로 봤다. 
 
OK저축은행은 6순위로 미하우 필립을 영입했다. 2019~2020시즌은 폴란드 1부 리그에서 뛰었다. 시즌 중 팀을 옮겼지만, 새 소속팀에서 펄펄 날았다. 일곱 경기에서 148득점을 했다. 신장(197㎝)은 작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 역대 외인 최단신이던 비예나(194㎝)가 리그 득점 1위에 오르며 편견을 지웠다. 필립도 스피드 배구를 실현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지난 15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과 재계약한 다우디 오켈로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과 재계약한 다우디 오켈로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날 행사장에 찾은 선수는 다우디가 유일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에 잔류 중이다. 다른 선수들은 화상 통화로 V-리그 입성 소감을 전했다. 1순위 케이타는 "빨리 적응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알렉스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했다. 필립은 "폴란드 출신 선수 2명이 뛰는 것은 흔하지 않다. 크라이첵과 같은 리그에서 뛰게 돼서 기쁘다"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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