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2)이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다. 김연경이 연봉 손해 감수를 결정해 속전속결로 합의점을 찾았다.
흥국생명은 6일 "김연경이 흥국생명 핑크색 유니폼을 다시 입기로 했다"며 "김연경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오랜 해외 생활에 지친 선수와 1년 남짓 남은 올림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복귀의 가장 관건인 연봉에서 1년 3억5000만 원에 합의했다. 해외 무대에서 연봉 10억 원 이상을 받아오던 김연경은 V리그 복귀 시 최고 몸값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6억 원) 이다영(4억 원)과 총 10억 원에 계약, 샐러리캡(23억 원) 한도가 넉넉하지 않았다. 김연경이 흥국생명과 계약 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6억 5000만 원에 사인할 경우, 나머지 11~15명의 선수 역시 총 6억 5000만 원 내에서 모두 계약이 이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트레이드 혹은 방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6월 30일까지 기존 선수들과 계약을 마쳐 선수단 구성을 완료해야 하는 흥국생명은 김연경 측에 "이른 시일 내에 (복귀 여부에 대해)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배구의 아이콘' 김연경도 이에 큰 부담을 갖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복귀가 다른 동료를 밀어내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구단과 만남에서 "그동안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양보하고 싶다"는 결심을 전달했다. 구단은 "김연경이 국내 선수를 배려한 마음이자 한국 복귀에 대한 의지가 담긴 대목이다"고 반겼다.
김연경에게도 V리그 복귀는 올림픽을 대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확실성에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선택이다.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김연경은 올림픽 메달을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로 여긴다.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아직 메달은 없다. 국내에서 뛸 경우 대표팀 소집 등으로 한국과 해외를 오가는 부담을 줄여 체력 및 컨디션 관리에 용이하다. 또한 레프트 이재영, 세터 이다영과 흥국생명에서 함께 뛰며 손발을 맞춰 대표팀의 조직력 향상에도 득이 된다. 유럽리그는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고, 중국과 일본 리그 역시 여러모로 부담감이 클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한 김연경으로선 안정적인 환경에서 컨디션을 관리하며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의 선택지는 다양하다. 김연경은 계속 V리그에 남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고, 1년 뒤 임대 혹은 임의탈퇴 신분으로 해외 무대로 다시 옮길 수도 있다. 2년 뒤엔 FA 신분으로 국내외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다.
김연경은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 많이 응원해준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오는 10일쯤 국내 복귀 결정과 입단 소감 등을 밝히는 기자 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