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비하인드] "설마 100연패 하겠나"…최원호 대행이 밝힌 '엔트리 10명 교체'의 진짜 이유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09 16:46

배영은 기자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한화 제공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한화 제공





"고참 선수들과 1대 1 면담을 하면서 '설마 100연패까지 하겠냐'고 했어요. 결과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과정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였습니다."  

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은 지난 8일 무거운 짐을 하나 넘겨 받았다. 한용덕 감독이 중도 퇴진하면서 사령탑이 공석이 된 한화는 퓨처스(2군) 감독으로 능력을 보여 준 최 감독대행에게 임시로 1군 지휘봉을 맡겼다. 말이 '임시'고 '감독대행'이지, 올 시즌을 아직 114경기나 남겨 놓은 시점이라 결코 쉽지 않은 임무다. 한화가 8일까지 14연패에 빠진 채 최하위로 떨어져 있어서 더 그렇다.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최 감독대행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한 감독과 결별해야 했던 구단의 뜻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최대한 충실히 해내기로 결심했다. 동시에 감독대행으로서의 첫 행보로 파격적인 변화를 택했다. 투수 장시환 이태양 안영명 김이환, 포수 이해창, 내야수 송광민 이성열 김회성, 외야수 최진행 김문호 등 1군 엔트리의 37%에 달하는 선수 10명의 현역 등록을 한꺼번에 말소했다. 대신 2군에서 투수 윤호솔 문동욱 황영국 강재민, 포수 박상언, 내야수 박한결 박정현, 외야수 장운호 최인호 등의 유망주를 불러 올렸다.  
 
선수단이 받아들이기에는 자칫 지나치게 급진적인 세대교체의 움직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최 감독대행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문책하거나 무리하게 무조건적인 세대교체를 강행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 팀 분위기가 워낙 가라앉아 있으니 선수단 분위기를 바꿀 필요도 있고, 그동안 많이 지쳐 있던 선수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를 필요도 있다고 봤다"며 "팀에 합류해서 30세 이상 선수들과 1대 1 면담을 했다. '설마 100연패를 하겠냐. 다들 편하게 할 수 있게 코칭스태프도 분위기를 맞춰줄 테니 잘 해보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2군으로 간 선수 10명은 대부분 올 시즌 주전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이다. 반면 새로 합류하는 유망주들 가운데는 1군 성적이 아예 없는 선수도 많다. 최 감독대행은 이 기회에 그들을 평가하기 위한 '스탯'을 쌓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록이 없으면 선수를 자꾸 '스타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타일이 좋은데 게임 때 못하는 선수들이 있고, 반대로 스타일은 그저 그렇지만 의외로 게임 때 잘하는 선수들도 있다"며 "2군에서도 코치들에게 올 시즌은 일단 폼을 많이 고치려 하지 말고 선수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하게 놔둬보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스탯이 쌓이면 그걸 토대로 방향을 잡아줘야지, 눈으로 훈련하는 것만 봐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2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선수들이 1군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주들에게 앞으로 폭넓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못해도 무조건 젊은 선수를 쓴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최 감독대행은 "이렇게 주전들을 한꺼번에 내려 버리고 젊은 선수들로 채워서 팀이 운영될 수 있느냐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선수들이 잘하고 있었다면, 애초에 그 선수들이 2군에 가고 이렇게 2군 유망주들에게 기회가 올 이유도 없었다"며 "새로 온 젊은 선수들이 1군에서 기존 선수들보다 더 못한다면 다시 원래 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고, 반대로 그들이 잘한다면 (주전들을 밀어내고) 계속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는 프로다. 못하는 선수는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없고, 잘하는 선수는 경기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원칙이다.  
 
성적을 포기할 수 없는 프로야구단. 그러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최약체팀. 지금 한화가 직면한 현실이자 딜레마다. 최 감독대행은 올 시즌 그 사이에서 현명한 시소게임을 해야 한다. 최 감독대행은 "원래 1군이라는 무대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과정에 대한 가치를 인정 못 받는 곳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선수들이 '과정에 충실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뒤 결과가 안 좋으면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야구를 한다고 다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그렇게 선수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다"고 거듭 다짐했다.  
 
부산=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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