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국장에서 7일 만난 축구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황의조(28·보르도)는 짧은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였다. 최근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마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지난달 7일 입소했고, 4일 퇴소했다. 쉴 틈이 없었다. 소속팀이 새 시즌에 대비해 22일 선수단을 소집했다. 프랑스에 도착해 자가격리 2주를 거치면 합류에 빠듯한 일정이다.
황의조는 여유가 넘쳤다. 유럽에서 맞는 두 번째 시즌이라 그런 듯 별로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작년 이맘때와는 다르다. 그땐 모든 게 불확실했다. 지금은 자신감 하나는 확실히 생겼다. 최선을 다해 부딪히면 해볼 만하기 때문에 걱정 안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감바 오사카(일본)를 떠나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 보르도로 이적한 황의조는 유럽 첫 시즌(2019~20시즌), 합격점으로 받았다. 시즌 초부터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찼다. 3월까지 24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했다. 2월에는 3골을 몰아쳤다. 그런데 하필 그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리그가 조기에 끝났다. 그는 “시즌을 완주하지 못해 아쉽다.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많은 경기에 선발로 출장한 것은 만족스럽다”고 데뷔 시즌을 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로는 2월 24일 열린 파리 생제르맹전을 꼽았다. 황의조는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 골도 골이지만, 세계적인 공격수 네이마르(28·브라질), 킬리안 음바페(20·프랑스) 등과 맞붙으면서 보고 느낀 게 많았다. 상대는 위치를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골을 넣었다. 주 포지션인 최전방 대신 측면에 기용되면서 적응에 애를 먹던 그의 고정관념을 깨는 움직임이었다.
황의조는 “리그앙의 공수 전환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데, 네이마르나 음바페는 빠른 템포 속에서도 압도적 기량을 펼쳤다. 쉴 새 없이 포지션을 바꾸며 뛴다. 포지션이라는 틀에 갇히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먼저 전술에 녹아들어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훈련소 생활을 통해 마음도 가다듬었다. 그는 “체력 테스트(3㎞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에서 기록이 우수해 ‘체력왕’에 뽑혔다. 상장도 받았다”고 자랑했다. 사격 실력을 묻자, “(손)흥민이와 달리 사격에서 만점은 받지 못했다. 20발 중 10발을 과녁에 명중시켰다. 축구에선 슈팅 두 번에 한 골 넣으면 최고 골잡이”라며 웃었다. 이어 “동기들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라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훈련을 받으며 전우애가 생겼다. 낯선 유럽에서 뛰는 데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새 동료, 새 환경에 녹아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조는 연말연시 휴식기 때도 귀국해 기량 업그레이드에 매달렸다. 1월에 2주간 전문 코치 네 명과 함께 근력, 헤딩 훈련에 집중했다. 매일 3시간씩 납 조끼(20㎏)를 입은 채 장애물을 거쳐 헤딩 후 슛하는 훈련을 30세트씩 소화했다. 아예 훈련장이 위치한 서울 청담동에 숙소를 잡고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훈련했다. 그는 훈련 배경을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인정받는다. 강점인 몸싸움과 자주 쓰지 않는 기술도 배울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훈 효과는 시즌 후반기 세 차례의 헤딩골로 증명했다. 기존 전매 특허인 드리블 후 오른발 감아 차기에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헤딩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황의조는 “지금까지 운동하면서 헤딩골을 이렇게 많이 넣은 적이 없었다. 다음 시즌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0~21시즌 리그앙은 8월 22일 개막한다. 황의조는 “아직도 도전하는 단계라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게 최우선이다. 목표는 두 자릿수 득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팬들 함성 속에서 축구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국에서 치른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A매치)는 지난해 10월 투르크메니스탄전이다. 그는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는 날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