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재학 시절 최지광(22)은 윤성빈(21·롯데)과 원 투 펀치로 이름을 날렸다. 졸업반이던 2016년 9승 무패 평균자책점 0.91(69⅓이닝 87탈삼진 7자책점)의 믿기 힘든 성적을 남겼다. 그 결과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 삼성 지명을 받았다. 입단 후 자리를 잡은 곳은 '불펜'이다.
올 시즌 최지광은 사자군단의 확실한 '믿을맨'이다. 첫 15번의 등판에서 7홀드 평균자책점 1.20를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00으로 수준급이다. 9이닝 환산 탈삼진이 무려 12.6개. 피안타율도 0.143로 낮다. 대부분의 투수 지표가 완벽에 가깝다. 프로 4년 차에 정상급 불펜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는 "2018년 마무리캠프부터 계속 밸런스를 잡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게 호투의 비결이다"고 했다.
투구 레퍼토리를 좀 더 콤팩트하게 가져가고 있다. KBO 공식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지난해 최지광은 직구(52%)와 슬라이더(34%) 커브(13%)를 섞었다. 비율은 낮지만, 이따금 포크볼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포크볼 그립은 아예 잡지 않는다. 커브 비율도 5%로 확 떨어트렸다. 대신 슬라이더의 비중을 올려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 타자를 상대한다.
최지광은 "타자 성향에 따라 커브를 가끔 던지는데 직구와 슬라이더가 가장 자신 있어서 투 피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조합이 통하는 이유는 구위이다. 지난해 143㎞/h였던 직구 평균구속이 146㎞/h까지 늘었다. 최고구속인 이미 151㎞/h까지 찍혔다. 슬라이더 최고구속은 142㎞/h까지 나온다. 웬만한 투수의 직구 구속과 비슷하다. 그는 "올해부터 캐치볼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 전력으로 하고 있는데 캐치볼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직구와 슬라이더의 구속이 오른 것 같다"며 "지난해에는 구속이 안 나와서 코너워크를 하려고 많이 신경 썼다. 올해는 구속이 나오다 보니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카운트를 잡으면서 승부하고 있다"고 달라진 부분을 말했다.
최지광은 키가 작다. KBO 프로필상 173㎝이다. 지명 당시에도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다'는 얘기가 있었다. 롯데 1차 지명을 받은 윤성빈(197㎝)과 비교해도 꽤 큰 차이가 났다. 2017년 1군 데뷔 후 두 시즌 동안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김한수 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1군 경험을 쌓았다. 63경기에 등판해 무려 68이닝을 소화했다. 신체 조건을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그는 "지난해 후반기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올해는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책임질 수 있도록 체력 위주로 시즌을 준비했다"고 했다.
삼성은 비교적 불펜이 탄탄하다. 마무리 우규민을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장필준이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공백이 크지 않은 건 우규민 앞에서 버텨준 최지광의 역할이 컸다. 최근엔 베테랑 오승환이 KBO 징계를 마치고 복귀해 좀 더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우규민처럼 세이브라는 훈장도 없다. 오승환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최지광이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말 그대로 '알짜'이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계속 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