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그동안 1위 NC에 밀려 있는 상황에서도 디펜딩챔피언다운 위엄을 잃지 않은 이유는 위기에 강했기 때문이다.
개막 33경기에서 연패가 없었다. 팀 타율 2위인 타선은 득점이 필요할 때는 팀 배팅을 한다. 불펜이 흔들렸을 때는 기민한 조치로 정상화를 추진했다. 치명적인 패전 뒤에도 보란 듯이 저력을 과시했다. NC를 사정거리에서 추격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그런 두산이기에 지난 주말 3연전 결과는 반향이 크다. 14일에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서스펜디드 경기, 정규 편성된 3연전 3차전까지 모두 패했다. 한화는 18연패 중이었다. 역대 최다 연패 불명예 신기록 기로에 있었고, 연패 탈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도 두산의 패전은 의외라는 시선이 크다.
이현승과 함덕주, 현재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셋업맨이 역전 적시타를 맞았다. 올 시즌 가장 큰 약점이 연패 신기록이라는 '폭탄 돌리기' 중에 불거졌다. 3차전에는 타선마저 침묵했다. 잔루만 10개였다.
전력 저하 우려도 있다. 주축 타자 오재일은 이미 한 차례 부상을 입은 옆구리에 통증이 생겼다. 발등 통증으로 한동안 선발로 나서지 못했던 정수빈도 3차전 두 번째 타석에서 자신이 친 공에 같은 부위를 맞고 타박상을 입었다.
상처가 많은 3연전. 그러나 위안은 있다. 지난 7일 멀티 내야수 류지혁을 내주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홍건희(28)가 가치를 증명했다. 12일 열린 1차전에서 두산이 4-0으로 앞선 8회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14일 열린 서스펜디드 경기에서는 첫 번째 투수로 나서서 3이닝을 소화했다. 3피안타·2탈삼진·1실점.
벤치가 바란 두 가지를 모두 해냈다. 셋업맨 가운데 강속구 투수가 부족했던 두산 불펜진이다.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다. 김강률이 있지만, 그는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쉰 투수다. 홍건희가 그 역할을 했다. 한화전 1차전에서도 8회에 등판해 상대 타선의 기세를 꺾었다.
이닝 소화 능력은 앞으로 더 빛날 전망이다. 장마철이 오면 특별 서스펜디드 경기가 늘어갈 것이다. 원래 선발투수의 뒤를 이어 5~6회까지 끌고가 줄 투수가 필요하다. 홍건희는 선발투수로 통산 33번 등판한 이력이 있다. 개인 첫 세이브는 4이닝을 막아내며 기록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도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서 내세워야 할 투수다"고 했다.
홍건희는 새 홈인 잠실구장에서 통산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준수했다. 두산의 탄탄한 내, 외야 수비력 지원도 받는다. 트레이드 직후에는 이적한 선수의 가치가 더 높아 보였기에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 두산은 타선보다 마운드 정비가 더 중요한 팀이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직후에 중요한 임무를 해내며 좋은 기운을 받은 점도 고무적이다.
3차전에 대체 선발로 나선 박종기(25)의 선전도 수확이다. 연패를 끊고, 기세가 오른 한화 타선을 상대로 4⅔이닝 동안 3피안타·3실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무난한 투구를 했다. 5회 2실점도 구원투수가 그의 책임 주자의 득점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5선발 이용찬이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다. 한화전 1차전에 나선 최원준이 대체 1순위지만, 두산 벤치는 스프링캠프와 청백전에서 두각을 드러낸 젊은 투수들에게 가급적 기회를 주려고 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9일 NC전에서 대체 선발로 나선 4라운더 신인 조제영이 투구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종기도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