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바꾸자니 돈 들고, 안 바꾸자니…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18 08:43

구단들 코로나 속 눈치 싸움
무관중 경기, 수입 줄어 비용 고민
검증된 선수는 보류권이 걸림돌
투수는 데려와도 전력 보탬 안 돼

외국인 선수 교체를 놓고 각 팀이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 뛰었던 페게로, 러프와 한국행을 원하는 빅리거 출신 하비, 푸이그(왼쪽부터) 등이 대체 선수로 꼽힌다. [연합뉴스, 뉴스1, AP=연합뉴스]

외국인 선수 교체를 놓고 각 팀이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 뛰었던 페게로, 러프와 한국행을 원하는 빅리거 출신 하비, 푸이그(왼쪽부터) 등이 대체 선수로 꼽힌다. [연합뉴스, 뉴스1,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외국인 선수를 둘러싼 프로야구 구단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우선 올 시즌 무관중으로 정규리그가 개막하면서 구단 수입이 크게 줄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교체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계약 기간이 남은 외국인 선수를 내보내면 잔여 연봉은 연봉대로 지급하고, 새 외국인 선수 영입 비용은 추가로 부담해야 해서다.  
 
SK 와이번스 관계자는 “올해는 어느 팀도 외국인 선수를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키움 히어로즈가 과감하게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31·미국)를 지난달 30일 방출했다. 모터는 10경기에 나와 타율 0.114(35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으로 저조했다. 연봉 총액 35만 달러(4억3000만원)인 모터는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30명 중 최저 연봉자였다. 키움은 새 외국인 타자를 찾는 일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웠다.
 
문제는 새 외국인 타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쉽지 않아, 선수를 직접 보러 미국에 가지 못했다. 메이저리그(MLB)가 다음 달 초 개막 이야기가 나오면서 키움은 좀 더 기다리는 쪽으로 택했다. MLB가 개막일을 확정하고 로스터까지 짜면, 빅리그 로스터에 들지 못한 선수와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경기 수와 연봉 삭감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MLB 개막이 불투명해졌다. 키움 구단은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영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키움이 고려 중인 선수는 지난 시즌 LG 트윈스에서 뛴 외야수 카를로스 페게로(33)였다. 페게로는 LG에서 국내 보류권을 풀어줘야 다른 KBO리그 팀에서 뛸 수 있다. LG 측은 전에 “원한다면 페게로를 풀어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
 
최근 로베르토 라모스(26)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LG 입장이 돌변했다. 페게로를 대체 선수로 활용할 수도 있어서 보류권을 풀어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김치현 키움 단장이 직접 차명석 LG 단장에게 요청했지만, 차 단장은 “외국인 타자를 구하기 힘든 시대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라모스 보험용으로 페게로는 남겨둔 것이다. 김치현 단장은 16일 “10개 팀 모두 새 외국인 선수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이해하지만, 보류권을 풀어준다던 애초 입장을 뒤집은 건 아쉽다. 이번 주까지 다른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2017~19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내야수 다린 러프(34·미국)는 KBO리그에 오고 싶은 눈치다. KBO리그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높아지면서 러프는 현지 매체와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그는 “다시 (한국에서) 도전하고 싶다”고 속내를 비쳤다. 러프의 경우도 전 소속팀 삼성이 보류권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록 무관중이지만 제대로 돌아가는 건 KBO리그다. 이에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메이저리거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ESPN이 매일 KBO리그 경기를 중계하면서 KBO리그에 대한 메이저리거의 이해도 높아지고, 가깝게 다가가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팀과 접촉한 선수로 MLB 자유계약(FA) 시장에서 ‘미아’가 된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30·쿠바), 그리고 2013년 MLB 올스타이자 사이영상 후보였던 맷 하비(31·미국) 등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추신수(38·텍사스 레인저스)가 KBO리그 구단과 접촉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추신수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김치현 단장은 “외국인 타자를 구하려고 미국 동향을 계속 살피는데, 실제로 ‘한국에 오겠다’는 선수가 많다. 경기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KBO리그에 와서 뛰고 싶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수는 타자와 달리 KBO리그 팀의 관심을 그다지 못 받는 상황이다. 투수는 반년 넘게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해, 몸을 만들어 마운드에 오르려면 적어도 두 달이 필요하다. 새로 데려와도 가을까지는 전력에 보탬이 안 된다는 뜻이다. 키움 1선발 제이크 브리검(32·미국)은 지난달 27일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달 중 복귀가 어렵지만, 키움은 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김 단장은 “외국인 투수의 경우 부상이 길어진다면, 대체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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