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받지 못한 자의 돌직구'가 한미일을 관통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6.19 06:00

이형석 기자
2020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대3으로 앞선 9회말 오승환이 등판, 세이브를 거두며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하고 포수 강민호와 악수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6/

2020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대3으로 앞선 9회말 오승환이 등판, 세이브를 거두며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하고 포수 강민호와 악수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6/

 
경기고 3학년 시절이던 2000년 6월. 오승환은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동기들이 아무도 없자 후배들에게 물어 PC방으로 향했다. 동기들은 옹기종기 모여 모니터를 집중해 보는 중이었다. 다름 아닌 신인드래프트 날이었다. 오승환은 훈련에만 집중한 나머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끝내 호명되지 않았다.
 
오승환은 단국대에 진학했고, 첫해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대부분의 구단이 토미존 서저리를, 그것도 국내 병원에서 진행한 오승환의 지명을 주저했지만 삼성은 오른팔을 구부려 오른 어깨에 손이 닿게 하는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지명을 결심했다. 4년 만에 다시 참가한 드래프트, 오승환은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삼성에 뽑혔다.
 
오승환이 국내 최고 마무리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시련이자, 성장 과정이다.
 
7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오승환(38)이 16일 잠실 두산전 9회 세이브를 올려, 개인 통산(한미일) 400세이브 고지를 드디어 밟았다.
 
지금까지 KBO 리그에 선동열(132세이브)·김용수(227세이브)·구대성(214세이브)·임창용(258세이브) 등 수 많은 레전드 구원 투수가 있었지만, 세이브 부문 각종 기록은 오승환이 대부분 갖고 있다. 투수 분업화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선발 투수에 대한 미련이나 도전 없이 오랫동안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데뷔 시즌인 2005년 승률왕과 한국시리즈 MVP까지 수상한 오승환. IS포토

데뷔 시즌인 2005년 승률왕과 한국시리즈 MVP까지 수상한 오승환. IS포토

 
입단 첫 시즌인 2005년 중간 계투로 시즌을 맞은 오승환은 홀드 11개, 세이브 16개를 올렸다. 특히 10승 1패를 기록해 입단 첫 시즌 개인 타이틀인 승률왕(0.909)을 차지하며 리그에 한 획을 남길 마무리 투수로의 성장을 예고했다.
 
2006년 단일시즌 아시아 최다인 47세이브를 올려 '끝판 대장'의 등장을 알린 오승환은 이듬해 2년 연속 구원왕과 동시에 최소 경기 100세이브(180경기)를 달성했다. 2009년 최연소·최소경기 150세이브 고지를 밟은 오승환은 2011년부터 해외 무대 진출 전인 2013년까지 기록 행진을 했다. 이 기간 3년 연속 구원왕과 함께 한국시리즈 마지막 투수로 우승을 맛봤다. 오승환은 2011년 최연소·최소경기 200세이브를 올렸는데, 이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소 경기 200세이브 세계 신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이를 기념해 대구 시민구장에서 경기 종료 후 폭죽 행사가 열렸는데, 전광판에 불이 옮겨붙어 실제 소방차가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2014년 한신 타이거즈 시절 오승환의 모습. 오승환은 한신에서 한일 통산 300세이브·센트릴리그 공동 구원왕에 오르는 등 활약했다. 중앙포토

2014년 한신 타이거즈 시절 오승환의 모습. 오승환은 한신에서 한일 통산 300세이브·센트릴리그 공동 구원왕에 오르는 등 활약했다. 중앙포토

 
또한 2011년 7월 5일 문학 SK전부터 2012년 4월 22일 청주 한화전까지 KBO 역대 최다인 28경기 연속 세이브 신기록도 작성했다. 2012년 7월 1일 대구 넥센(현재 키움)전에서는 228세이브를 거둬 김용수가 갖고 있던 KBO리그 최다 세이브(227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2013년에는 역대 최초 25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오승환은 KBO 개인 통산 최다세이브를 277개로 늘린 뒤 삼성 구단의 배려 속에 일본 한신으로 이적했다.
 
일본 무대에서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통했다. 2014년 한신에서 한일 통산 300세이브와 함께 시즌 39세이브로 해외 진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이듬해에는 한신 역대 외국인 투수 가운데 최다인 41세이브를 거둬, 센트럴리그 공동 구원왕에 올랐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역대 한국인 최초로 한·미·일 무대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 사진은 세인트루이스 시절 몰리나와 함께 기뻐하는 오승환의 모습.

2017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역대 한국인 최초로 한·미·일 무대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 사진은 세인트루이스 시절 몰리나와 함께 기뻐하는 오승환의 모습.

 
주가를 올린 오승환은 2016년 세계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필승조로 시작해 셋업맨으로 비중이 커진 오승환은 결국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를 맡아 2016년 19세이브, 2017년에는 20세이브를 올렸다. 역대 한국인 최초로 한미일에서 세이브를 신고했다. 2019년 부상 속에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처음으로 1세이브도 거두진 못했지만, 4년간 코리안 메이저리그로는 최다인 총 42세이브를 올렸다.
 
그리고 한신 진출 당시 "마지막 공은 꼭 삼성에서 던지겠다"는 약속을 지켜 다시 돌아왔다. 출장 정지 징계를 마치고 일주일간 적응기를 거친 뒤 16일 개인 통산 400세이브 금자탑을 세웠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돌부처' '돌직구' '끝판 대장'이다. 위기 상황에서 전혀 흔들림 없는 표정과 회전수가 굉장한 150㎞대 강속구, 또 경기를 매조지는 안정감 때문이다. 동료와 후배들이 감탄할 정도의 성실함도 그가 한국 최고 마무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었다. 탄탄한 몸이 이를 대변한다.
 
오승환은 현존하는 KBO 리그 최고 마무리이자, 곧 역사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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