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13일 한화전부터 4연패를 당했지만, 주중 삼성전 3차전부터 주말 3연전을 모두 이기며 최근 10경기 승률을 5할로 맞췄다.
연패가 이어진 시점에 만난 김태형 감독은 "부상자가 많기 때문에 6월을 고비로 봤다. 5할 승률을 유지하면 7월에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고비던 6월 둘째 주 일정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마무리했다. 선두권 경쟁팀인 LG에 강세를 이어간 점도 고무적이다.
야수 정수빈과 최주환은 4할 타율을 기록했다. 백업 국해성도 팀 내 최다인 8타점을 지원하며 공격력 향상에 기여했다. 주전 포수 박세혁은 중요한 순간마다 타점을 올렸다. 백업 포수 정상호가 그의 체력 안배를 도왔다. 최근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우완 투수 홍건희가 클로저로도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은 보여줬고, '무명' 박종기는 대체 선발로 나서서 호투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주전 최고참이자 주전 유격수인 김재호다.
지난주 타율은 0.188에 불과하다. 연패가 시작된 13일 한화전부터 나선 7경기로 범위를 넓히면 0.227. 이전 31경기에서는 0.361를 기록하며 고공비행을 했다. 안타 생산력이 급격히 줄었다. 이전까지 실책은 2개뿐이었다. 17일 삼성전에서만 2실책을 범했다. 김재호답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몸 상태가 매우 안 좋다. 16일 삼성전을 앞두고 진행된 감독 브리핑에서 김태형 감독이 직접 언급했다. 오재일, 허경민 등 야수진에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김재호가 출전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를 향한 고마움을 에둘러 전한 뉘앙스였다.
김재호는 19일 LG전에서는 왼쪽 어깨 통증으로 휴식을 취했다. 두산은 2년 차 권민석을 유격수로 내세워야 했다. 그러나 우세 시리즈가 걸려 있던 2차전에 다시 복귀했고, 3차전도 선발로 나섰다.
무형의 기운이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4연패를 끊은 18일 삼성전에서 수훈 선수로 선정된 최주환은 연패 기간에침체된 분위기를 인정했고, 자신도 슬럼프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상, 부진 등 저마다 악재를 겪고도 팀 승리를 위해 투지를 보여주는 동료들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 김재호는 최주환이 가장 먼저 언급한 선수다. "(김)재호 형을 보면서 버텼다"며 말이다. "'힘들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고도 덧붙였다.
주장이자 2루수인 오재원은 현재 백업이다. 몸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다. 내야 수비 리드는 김재호의 몫이다. 허경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이유찬이나 서예일, 권민석 등 3~5년 차 젊은 내야수가 3루를 맡았다. 18일 삼성전에서는 핫코너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자 손짓으로 독려를 하는 김재호의 모습이 포착됐다.
몸은 안 좋은데, 할 일은 더 많다. 김재호마저 없는 내야진과 타선은 안정감과 무게감이 모두 떨어진다. 선수도 잘 알고 있기에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도 출전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런 기운이 후배들에게도 전해졌을 것. 그가 1할 타율에도 두산의 전열 정비를 이끈 수훈 선수로 인정 받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