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성은 올 시즌 NC가 발굴한 '히트상품'이다. 2013년 1군 데뷔 후 줄곧 만년 유망주 정도로 분류됐지만 이번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22일까지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2(119타수 49안타)를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유일한 '4할 타자'이다. 장타율(0.739)과 출루율(0.459)을 합한 OPS도 1.198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5명 중 1위이다.
눈에 띄는 세부 지표는 RC/27이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이다. 그 타자의 타석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강진성의 시즌 RC/27은 14.97로 1위. 리그 평균인 6.36의 2배가 넘는다. 이 부문 2위와 3위는 외국인 타자인 로베르토 라모스(LG·13.80)와 멜 로하스 주니어(KT·12.88). 4위 이정후(키움·11.68)를 제외하면 상위 5명 중 3명이 외인 타자일 정도로 '외풍'이 강하다. 그만큼 강진성의 활약이 눈에 띈다.
두 자릿수 RC/27은 쉽지 않다. 지난해 이 부문 1위 양의지(NC)의 기록이 9.71이다. 1년 전 이맘때(리그 평균 41경기 소화) 두 자릿수 RC/27은 박병호(키움·13.80)와 양의지(11.12) 딱 2명만 넘어섰다.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수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강진성이 개막 초반 보여주고 있는 임팩트는 꽤 강렬하다. 무려 53홈런을 때려냈던 2015년 박병호가 그해 기록한 RC/27이 12.50. 어느 정도 해서는 14.97이라는 수치를 찍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NC의 선두 질주를 이끈 원동력이다. NC 타자 중 강진성 다음으로 RC/27이 높은 선수는 나성범(6위·9.59)이다. 그 뒤로 알테어(16위·7.64) 양의지(17위·7.24) 이명기(21위·6.82)가 이름을 올린다. 하나같이 리그와 팀을 대표하는 타자들이다. 오프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강진성의 달라진 팀 내 위치를 엿볼 수 있다. 이동욱 감독이 믿고 내는 선발 1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1군 전력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 연습경기 타율이 0.211(19타수 4안타)로 낮았다. 귀국 후 가진 자체 청백전 타율도 0.222(18타수 4안타)로 비슷했다. 2012년 입단했다는 걸 고려하면 방출을 걱정해야 할 상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개막에 앞서 열린 팀 간 연습경기 때 레그킥을 버리고 노스텝을 장착하면서 달라졌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노스텝이었지만 몸에 딱 맞는 맞춤옷이 됐다.
그는 "계속 타격 타이밍이 늦다는 얘길 들어서 그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타격 폼을 바꾸기에는 불안한 게 있었다. 감독님께서 그동안 계속 지켜봤지만 별다른 성적을 냈던 게 없으니까 믿고 따라 해보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내 것을 다 버리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노스텝 스윙 장착 후 180도 다른 타자가 됐다. 제2의 야구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강진성. RC/27은 그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