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 화면을 통해 보여진 김태형 두산 감독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각별한 사이인 염경엽 SK 감독이 쓰러진 상황에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25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두산과의 더블헤더 1차전을 지휘하던 염경엽 감독이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 심신 쇠약 상태다. 회복을 위해 정밀 검진을 진행한다. SK는 박경완 수석 코치의 대행 체제로 비상시국을 대비한다.
상황이 일어난 직후, 원정 더그아웃에 있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홈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중계를 통해서도 파악이 안 되고 있었지만, 상대 감독이 직접 걸음을 했기에 염 감독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앰뷸런스 이송 직전까지 SK 더그아웃 앞을 지켰다.
하루 뒤인 26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형 감독은 "염 감독과는 시즌 중에도 식사하는 각별한 사이다. 예년보다 힘들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속 얘기도 많이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감독이 승패, 성적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배 감독들을 보며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우승 감독조차 심적 압박을 완벽하게 털어내진 못한다.
김 감독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상태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자체인지, 생각나 몸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자신도 정의할 수 없다고 본다.
김 감독은 '비우기'를 실천 중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좋은)생각이 나기 때문에 없애기 위해 무엇이라도 한다"며 말이다.
행동에는 가치관을 추구하는 목적이 따르게 마련인데, 의식을 없애기 위해 행동을 하는 아이러니. 직업과 성별 그리고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겪는 이 시대의 숙제다. 그러나 아마도 야구 현장에 있는 이들 중에서는 감독이 가장 자주 이런 상황에 부닥치지 않을까. 1위 팀도 50번 이상 진다.
김 감독은 "그래서 감독의 편은 오직 가족뿐이다. 힘들 때 그 위로로 견딘다"고 했다. 우승팀 감독조차 피해갈 수 없는 압박. 염경엽 감독에게도 비우기와 가족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