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 보강을 노린 세 번의 결정적인 승부수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SK의 얘기다.
SK의 타선 침체가 심각하다. 개막 후 6월까지 소화한 48경기 팀 타율이 0.239다. 리그 최하위 한화(0.240)에도 뒤처진 꼴찌다. 팀 장타율(0.355)과 팀 출루율(0.310) 모두 9위.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하위권에 머물렀다. 팀 성적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타격이다. 6월 27일과 28일에는 홈구장에서 LG를 상대로 두 경기 연속 영봉패를 당했다. 굴욕에 가까운 결과였다.
전력 보강을 노린 카드가 먹히지 않는다. 2018년 12월 삼각 트레이드로 영입한 고종욱(31)은 23경기 타율이 0.242(66타수 16안타)이다. 지난해 타율 0.323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1년 만에 타격감이 확 떨어졌다. 출루율이 0.275로 바닥을 쳤다. 출루하지 못하니 장기인 도루는 1개에 불과하다.
장타는 언감생심이다. 2019시즌 1.48(147/99)이던 땅볼/뜬공 비율이 2.75(22/8)까지 상승했다. 타구가 좀처럼 외야로 날아가지 않는다. 타석 생산성이 떨어지니 RC/27이 2.72로 낮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이다. SK의 시즌 평균은 3.69. 규정타석을 채운 53명 중 RC/27이 가장 낮은 선수는 KIA 박찬호로 2.58이다. 규정타석에 미달한 고종욱은 박찬호의 기록을 소폭 앞선 수준이다. 개막전 주전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자리를 지켜내지 못한 이유다.
베테랑 채태인(38)과 윤석민(35)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채태인은 즉시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은퇴한 박정권을 대신해 왼손 대타 자원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즌 타율이 0.083(12타수 1안타)로 1할이 되지 않는다. 대타 타율도 0.125(8타수 1안타)로 낮다. 잔부상까지 겹쳐 1루 수비를 맡기기도 쉽지 않다.
윤석민도 비슷하다. 2차 드래프트 하루 뒤 KT와 트레이드를 단행한 SK는 포수 허도환과 현금 2억원을 내주고 윤석민을 데려왔다. 1루와 3루 수비가 가능한 윤석민은 통산 100홈런을 기록 중인 중장거리형 타자. 공격력 강화를 위한 카드지만 시즌 타율이 0.108(37타수 4안타)이다. 출루율(0.108)과 장타율(0.135)을 합한 OPS가 0.243으로 낙제수준. 기대했던 홈런은 단 하나도 없다. 현재 1군 엔트리에도 이름이 지워졌다. 지난달 22일 시즌 두 번째 2군행을 통보받았다. 채태인과 윤석민의 RC/27은 0.22, 0.10으로 1이 되지 않는다.
SK 타선은 2017년과 2018년 정점을 찍었다. 2017년 한 시즌 최다 홈런(234개) 기록을 작성했고 2018년에도 233홈런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8시즌 원동력 중 하나가 타선이었다. 최정-한동민-김동엽-제이미 로맥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화력이 엄청났다. 그러나 고종욱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김동엽(현 삼성)을 카드로 사용했다.
노수광(현 한화)과 김재현 등 유형이 비슷할 수 있는 내부 자원이 있음에도 트레이드 버튼을 눌렀다. 김동엽 트레이드는 의미하는 게 작지 않았다. 일종의 팀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었다. 홈런이 아닌 작전 야구를 하겠다는 시그널에 가까웠다. 그해 겨울 정경배(현 한화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 1군 타격코치마저 팀을 떠나면서 홈런 타선은 사실상 와해했다
2019년 '역대급 뒤집기'를 당하며 우승에 실패한 뒤 SK는 겨우내 베테랑 타자 수집에 집중했다. 결과는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동민의 부상이 겹치면서 타선의 화력이 확 떨어졌다. 스텝이 꼬였다. 기동력이 뛰어난 것도, 홈런 타자가 즐비한 것도 아니다. SK가 선택한 고종욱, 채태인, 윤석민 카드가 힘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