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은 '한국 프로야구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관중을 입장시킬 계획이다. 방역 당국의 지침을 기다려온 구단들은 티켓 판매 준비를 시작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고, 입장객들은 마스크도 써야 한다. 그래도 (관중 입장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KBO리그는 5월 5일 개막 후 두 달 동안 무관중 경기로 진행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7월 말 개막할 예정이다. MLB도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하지만, 방역 상황에 따라 관중 입장을 허용하겠는 입장이다. 때문에 KBO리그의 관중 입장 과정은 MLB에도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KBO는 코로나19 대응 3차 통합 매뉴얼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1·2차 매뉴얼이 경기장과 선수단 방역에 관한 것이었다면, 3차 매뉴얼은 관중 입장에 대비한 세부규칙으로 구성됐다. 우선 관중의 동선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입장권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다. 모든 입장객은 마스크를 써야 하고, 한 좌석 이상 띄어 앉아야 한다. 체온이 섭씨 37.5도 이상이면 입장할 수 없다. 또 관중석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마스크 착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 등 음료만 마실 수 있다.
KBO의 3차 매뉴얼의 내용은 현재 대중교통이나 영화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강력하다. 문제는 야구팬들의 동참이다.
3차 매뉴얼을 통해 KBO는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구호와 응원가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옆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신체 접촉이 필요한 응원도 원칙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방역 당국은 프로스포츠 경기의 제한적 관중 입장을 허용(경기장 수용 능력의 30% 정도)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모든 야구장에 실외인 데다, 관중이 마주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대중 시설보다 감염 우려가 낮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이 우려하는 점이 있다. 야구팬 특유의 열정적인 응원을 통해 비말이 분출되는 점이다. KBO 관계자는 "큰 소리를 내는 응원을 자제하도록 요청할 것이다. 팬들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옆 사람과 거리를 유지한 채 차분하게 응원하는 야구장의 '뉴 노멀'이 필요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야구장 매뉴얼은 잘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경기장 밖이 문제"라며 "예년처럼 경기 후 인근 술집에서 뒤풀이하는 건 위험하다. 관전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은 팬들의 육성 응원을 대체할 앰프와 응원단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방역 당국은 5월 말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시행 한 달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승객과 다른 승객(또는 기사) 간의 갈등이 꽤 많이 접수됐다. 야구장 세칙이 이보다 더 엄격한 만큼, 관중 간의 갈등 우려도 있다.
관중석이 개방되더라도 팬들은 모두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직관(직접 관람)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마찰이 야구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야구의 '뉴 노멀'을 만드는 건 팬을 포함한 KBO리그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