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은 뛰어야 했나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06 06:00

최용재 기자

염기훈, A급 지도자 연수 중 슈퍼매치 깜짝 출전

4일 FC서울전 후반 22분 교체투입돼 그라운드를 누빈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연맹

4일 FC서울전 후반 22분 교체투입돼 그라운드를 누빈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의 '리빙 레전드' 염기훈이 슈퍼매치에 깜짝 등장했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0라운드는 슈퍼매치로 진행됐다. K리그 최대 라이벌전 수원과 FC 서울의 경기. 당초 염기훈은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전망이었다. 염기훈이 지도자 교육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0일까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진행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A급 지도자 교육에 참가 중이다. 슈퍼매치가 연수 중 열리기에 염기훈의 불참은 기정사실화 됐다.
 
그런데 염기훈이 빅버드에 깜짝 등장했다. 슈퍼매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염기훈은 4일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 일정이 없어 외출을 허락받고 팀에 합류했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위기의 팀을 위해, 슈퍼매치라는 라이벌전을 위해 연수 중에도 달려온 캡틴이다. 염기훈이 품고 있는 수원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 지 느낄 수 있다. 팀 동료들에게도 힘이 된다. 팀의 상징이 벤치에 있는 것 만이라도 수원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감동적이다. 하지만 염기훈은 벤치에만 있지 않고 그라운드로 나서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염기훈은 3-3으로 팽팽하던 후반 22분 교체투입됐다. 염기훈이 맹활약을 펼쳐 수원이 승리를 거머쥐었다면 감동은 이어지겠지만, 냉정하게 염기훈이 투입된 뒤 수원의 경기력은 떨어졌다. 결과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염기훈의 경기 출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갈린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경기. 수원 염기훈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경기. 수원 염기훈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냉정함 잃은 무리수
 
먼저 부정적인 시선이다. 지도자 연수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염기훈을 무리하게 투입시켰다는 주장이다. 
 
염기훈은 6일 동안 교육 일정을 소화했다. A급 지도자 교육 과정은 고된 일과의 연속이다. 이론, 실기는 물론 과제도 많다. 이런 과정을 따르다보면 당연히 정상적인 몸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염기훈 스스로 슈퍼매치를 생각해 개인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팀 동료들과 팀 훈련을 함께 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없다. 프로 축구선수들은 경기 날에 맞춰 컨디션, 밸런스 등 모든 것들을 맞춘다. 적절한 휴식도 과정에 포함된다. 이와 동떨어져 빡빡한 교육일정에 참가하면서 밸런스를 완벽히 맞춘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염기훈은 경기 당일 경기장에서 수원 동료들을 처음 만났다. 팀 훈련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한 상태. 이런 한계는 천하의 염기훈이라도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그렇기에 감동에 앞서 냉정해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염기훈이 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냉정하게 몸상태를 갖추지 못한 염기훈을 경기에서 배제시켰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슈퍼매치에서 16경기 연속 무승(7무9패)이라는 위기감이 냉정함을 넘어선 듯 한 모습이라는 이야기다.
 
한 축구인은 "내가 감독이었으면 염기훈이 팀에 합류하는 걸 반대했을 것이다. 당연히 경기에도 뛰게 해서도 안 된다. A급 지도자 과정이 만만치 않다. 염기훈은 엄청 피곤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의 팀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알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염기훈은 쉬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축구인은 "염기훈을 출전시키더라도 이기고 있을 때, 후반 막판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될 때, 승부처에서 컨디션이 떨어진 염기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결국 수원은 승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경기. 3대3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경기. 3대3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불가피한 선택과 신뢰




반론도 제기됐다. 긍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두 시선은 이번 슈퍼매치 승부만큼이나 팽팽했다.
 
염기훈이 100% 몸상태가 아닌 것은 인정하면서도 염기훈이라는 존재감과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출전시킬 만하다는 의견이다. 염기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염기훈의 컨디션이 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염기훈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 그가 그라운드에 있으면 팀 동료들이 안정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수원의 열악한 환경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가용인원이 충분하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라는 목소리다. 워낙 스쿼드의 폭이 얇아 염기훈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단 분석이다.
 
한 축구인은 "염기훈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염기훈이란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수원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슈퍼매치라는 큰 경기에서, 또 수원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염기훈이 필요했다.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해도 염기훈이 있었어야 했고, 그라운드에 나섰어야 했다. 염기훈의 클래스를 믿는 것이다. 3-3이 된 후 분위기는 서울 쪽으로 흘렀다. 내 생각에는 염기훈이 있어 수원이 버텨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인은 "이임생 감독의 선택이 이해가 간다. 수원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가용자원, 대체자원이 없다. 전북과 울산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감독 입장에서는 위기의 팀을 구하기 위해, 슈퍼매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쓰고 싶었을 것이다. 감독으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 감독이 냉정함을 잃은 것이 아니라 염기훈에 대한 신뢰가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 감독은 염기훈 출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염기훈은 팀의 주장이다. 특별한 경기이기 때문에 염기훈 스스로가 20~30분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파주 NFC에서도 따로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이런 마음을 감독으로서 존중하고 싶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어 출전시켰다"고 말했다.
 
수원=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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