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121승을 거둔 베테랑은 전 소속팀에서 방출되자 오직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일념 속에 입단 테스트를 거쳐 연봉 3000만 원에 계약했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구속과 구위 모두 떨어졌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체 선발로 나서 노련하게 공을 던진다. 하지만 팀은 그를 받쳐주지 못한다. 롯데 장원삼(37)의 얘기다.
장원삼은 올해 세 차례 등판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20에 머무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다르다. 아드리안 샘슨과 서준원, 노경은의 대체 선발로 등판해 최근 두 차례는 6이닝을 책임져 팽팽한 승부의 환경을 마련해줬다.
시즌 첫 등판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샘슨이 부친의 병환으로 미국에 다녀오고 2주간 자가격리까지 거치면서 선발진에 한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팀 타율 1위의 막강한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을 상대로 5월 12일, 3이닝 10피안타 5실점에 그쳤다. 그러자 다음날(13일) 허문회 롯데 감독은 "선택을 잘못한 감독과 그런 선수를 추천해준 사람 때문에 졌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며 반성과 함께 프런트의 누군가를 특정해 겨냥하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이례적인 혹평이다. 장원삼은 다음날 2군행을 통보받고 짐을 쌌다.
절치부심한 장원삼은 이후 퓨처스리그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57로 호투를 펼쳐 다시 기회를 얻었다. 1일 선두 NC전이었다.
상대 팀 NC의 공격력도 아주 매섭지만, 롯데는 전날 맞대결에서 한 경기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인 11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불펜 소모를 최대한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공백은 마운드가 아닌 야수진에서 발생했다. 이대호와 손아섭, 전준우, 안치홍 등 주전 체력 관리를 이유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이다. 전날(6월 30일) 12회 연장을 치렀다고 하나,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라인업이 가동된 셈이다.
공격과 불펜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마운드에 선 선발 투수로선 외로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6이닝 5피안타 2볼넷 6실점 5자책을 했다. 7회 투구 과정에선 2-4로 뒤진 7회 말 무사 1루에서 롯데 벤치의 투수 교체 해프닝이 발생했고, 장원삼은 흐름이 끊긴 탓인지 추가 2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서도 6이닝을 책임져 불펜 운용에 숨통을 틔워 줬다.
장원삼은 7일 한화전에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4실점(2자책) 했다. 1-1이던 3회 말 무사 1루에서 이용규의 내야 땅볼 때 수비가 좋은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실책으로 위기가 생겼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1-4로 뒤진 7회부터 9회까지 한 점씩 뽑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으나, 6-5로 앞선 12회 말 오선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