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후배들 덕분일까. 박경수(36·KT)에게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박경수는 데뷔 18년 차 베테랑이지만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 보지 못했다. 2003년 1차 지명 선수로 LG에 입단한 그는 데뷔 시즌부터 1군 엔트리를 꾸준히 지켰다. 그러나 LG가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LG가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3년, 그는 군복무 중이었다. 2014년에는 LG가 4위에 올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도 주전으로 뛰었다. 그러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박경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15년 두 번째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박경수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신생팀 KT와 계약했다. 이적 후 20홈런을 터뜨리며 KT 타선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잘해냈다.
KT 이적 후 박경수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KT는 1군 진입 첫 시즌(2015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고, 네 번째 시즌에야 간신히 한 계단을 올라갔다. 박경수는 여전히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멀었다.
그의 18번째 시즌은 예전과 다를 것 같다. 막내 팀 KT가 탄탄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 창단 후 최고 승률(0.500·6위)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8번째 경기를 마친 12일 삼성전까지 승률 5할(29승 29패·7위)에 이르렀다.
박경수는 "최하위에 머물던 시절부터 몸담고 있는 팀이다. KT 소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다른 팀 선수들이 첫 우승을 한 것 같은 (감격스러운) 감정이 들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이) 연승이나 연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쉬움이 남는 경기라고 해도 티를 내지 않는다"며 "연승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팀이 됐다. 그게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KT의 약점인 불펜에 대해 박경수는 "타선은 그동안 슬럼프가 없었지만,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는 투수진이 잘해줄 것이다. 2019년에는 투수들 덕분에 선전했다"고 말했다. KT가 상호 보완을 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고 믿는 것이다.
KT는 10-7로 승리한 11일 삼성전에서 실책 4개를 저질렀다. 박경수는 "후배들에게 '이런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 무리하지 말고 하나씩 (정상 수비를) 하자'고 했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감독님이 화나실 만도 한데, 오히려 가벼운 농담을 하시더라. 나는 오히려 (집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최근 5연속 위닝 시리즈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럴수록 박경수는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를 경계했다.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도록 리더로서 앞장서고 있다.
박경수는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47·10홈런에 그쳤다. 올 시즌은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7홈런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에서 팀 내 타점 1위(30개)를 기록했다. 그는 "장타 욕심 버리고 타율 향상을 노리는 타격을 하고 있다. 우리 팀에 강타자가 많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