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은 올 시즌 부진하다. 22일까지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8(209타수 56안타)을 기록했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는 시즌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침이 심하다. 타격 지표는 하락세지만 그를 향한 감독의 믿음은 단단하다. 김 감독은 "굉장히 대범하다. 큰 경기에 강하고 집중력도 좋다"고 했다.
21일 잠실 키움전이 대표적이다. '난적' 에릭 요키시를 격침한 선봉장이다. 0-0으로 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요키시의 3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결승 1타점 3루타로 연결했다. 번트 실패로 볼카운트가 2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정수빈의 적시타 이후 5점을 더 추가해 6-1 승리를 따냈다. 감독의 말대로 중요한 경기에서 자기 역할을 해냈다. 장기인 중견수 수비는 물 샐 틈이 없다.
정작 김태형 감독이 높게 평가하는 건 따로 있다. 김 감독은 "정수빈의 좋은 점은 어디 아픈 데가 없다는 거다. (두산 감독) 6년째인데 근육이 뭉쳤다거나 햄스트링이 올라왔다는 (트레이닝 파트) 보고가 단 한 번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 중 불가항력적으로 투구에 맞거나 수비하다 충돌하지 않는 이상 아프지 않다. 외야에서 다이빙 캐치를 많이 하지만 그로 인한 부상도 거의 없다. 그만큼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다.
지난 시즌에는 123경기를 뛰었다. 4월 28일 롯데 구승민이 던진 공에 옆구리를 맞고 갈비뼈가 골절돼 한 달 정도 공백기를 가졌지만 5월 22일 복귀 후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태형 감독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웨이트 트레이닝을 잘 하지 않는다. (부상을 피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지 않을까"라고 신기해했다.
정수빈은 "나만의 몸 관리라고 생각한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몸도 굳고 알도 배겨 경기에 지장이 있다. 시즌 중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픈 데가 없다"고 웃었다. 이어 "경기 중에 다치는 거 빼고는 외적으로 잔부상이 없기 때문에 웨이트를 안 한다고 해서 트레이닝 파트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며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치료실에서 치료도 잘 받지 않는다"고 '쿨'하게 말했다.
두산은 정수빈의 반등이 필요하다. 하위 타선에서 출루해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며 상위 타선에 찬스를 연결해야 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두산 타선의 화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키 맨이다. 건강하다는 건 터닝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바탕이다. 그는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고 인정한다. 하루하루 팀에 보탬이 되고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