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3·토론토)이 토론토 데뷔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한순간에 무너졌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4⅔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3볼넷·1사구·3실점을 기록했다. 
 
4회까지 1점만 내줬다. 완벽한 제구와 현란한 볼 배합을 보여줬다. 그러나 5회에 급격하게 흔들렸다.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타자에게 일격을 허용했다. 승리 요건(5이닝)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두고 마운드를 넘겼다. 
 
류현진은 1회부터 매우 신중했다. 선두타자 얀디 디아즈와의 승부 중, 포수 대니 잰슨의 사인에 수차례 고개를 저었다. 타자가 두 번이나 타석에서 벗어났다. 자신이 이끌어가야 하는 배터리 호흡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탈삼진. 바깥쪽(우타자 기준) 승부 일변도였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바깥쪽 높은 코스로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해 스트라이크콜을 받은 뒤, 다시 한번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이닝, 첫 타자 승부를 깔끔하게 해냈다.  
 
디아즈와는 6구 승부였다. 후속 두 타자는 4구 만에 끝냈다. 2번 타자 헌터 렌프로는 좌측 방면 유격수 파울 플라이, 일본인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는 2루 땅볼로 잡아냈다. 렌프로는 투심-체인지업 조합으로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쓰쓰고는 커브-슬라이더 조합으로 범타를 유도했다.  
 
4번 타자 호세 마르티네스부터 상대한 2회도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마르티네스는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91.5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후속 매뉴얼 마르고도 힘이 실리지 않은 유격수 직선타를 유도했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연달아 구사해 히팅 포인트를 흔들었다.  
 
후속 타자 마이클 브로소도 초구 포심 패스트볼에 이어 2구 연속 슬라이더를 구사해 다시 한번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1회에 이어 2회도 팔색조 투구를 보여줬다.  
 

 
첫 위기도 실점은 없었다. 3회초 선두타자 윌리 아다메스에게 2루타를 맞았다. 정면 타구를 2루수 케반 비지오가 처리하지 못했다.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공이 외야로 흐른 사이 타자 주자는 2루를 밟았다. 무사 2루.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핀포인트 제구와 다양한 볼 배합이 빛났다. 후속 케빈 키어마이어는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풀카운트에서 커브를 던져 타이밍을 빼앗았다. 9번 타자 마이크 주니노는 1루수 파울 플라이 처리. 커브와 투심을 던진 뒤 2구 연속 체인지업을 구사해 타자의 스윙을 무너뜨렸다.  
 
두 번째 상대하는 얀디 디아즈에게는 볼넷을 허용했다. 볼넷을 내줘도 바깥쪽 제구에 신경 쓰려는 의도가 보였다. 후속 타자는 LA 다저스 소속 시절, 샌디에이고 주축 타자로 상대했던 렌프로.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좌타자 기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 승부에서 속구는 1개뿐이었다. 당겨 치려는 타자의 의지를 역이용했다.  
 
첫 위기도 실점을 최소화했다. 4회초 선두타자 쓰쓰고에게 사구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마르티네스를 삼진 처리한 뒤 마고르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해 선행 주자도 아웃시켰다. 그러나 보로소에게 던진 낮은 코스 속구가 공략당하며 우중간 2루타로 이어졌다. 코스는 좋았지만, 가운데로 향한 공이었다.
 
후속 아다메스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2루 위기가 이어진 상황. 4회에 잘 구사하지 않던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5·6구까지 연속 구사해 헛스윙을 유도했다. 1실점으로 막아냈다.  
 
토론토 젊은 타선은 5회까지 류현진에게 6점을 지원했다. 4회는 무사 만루에서 랜달 그리척이 적시 좌전 안타, 후속 로우디 텔레즈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연속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5회는 케반 비지오가 3점 홈런을 쳤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차례 승부를 잘해낸 렌프로에게 볼넷을 내줬다. 쓰쓰고와의 승부에서는 반대 투구(포수이 사인 코스와 반대로 향한 공)까지 나왔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바깥쪽(좌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이 통타당하며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세 번째 실점.  
 
이어 상대한 마르티네스에게도 좌익 선상 2루타를 맞았다. 찰리 몬토요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고, 결국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 두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원 투수가 그의 책임 주자의 득점을 막았다. 좋은 페이스가 이어졌고, 타선이 기대보다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며 기대를 높였지만, 한 순간에 승리가 무산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