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문화' 바꾸는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 투어'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27 06:01

김식 기자
맷 윌리엄스

맷 윌리엄스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과 인터뷰할 때 화제에 자주 오르는 이슈가 있다. 이른바 '와인 투어'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2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으로부터 커다란 인삼주를 선물 받았다. 그는 "이렇게 큰 인삼은 처음 본다. 정말 멋지다. 너무 근사해서 (인삼주를) 마시지 못할 것 같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달 30일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와인을 선물한 바 있다. 케이스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특별 제작한 와인이었다.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이후 윌리엄스 감독은 다른 팀 감독을 만나면 이 와인을 선물하고 있다. 이게 갖가지 답례품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메이저리그(MLB) 홈런왕 출신 윌리엄스 감독이 KBO 리그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MLB에는 이런 관례가 없다. 윌리엄스 감독이 '와인 투어'를 기획한 건 KBO 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류중일(57) LG 감독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지난 5월 29일 LG와의 시즌 첫 경기에 앞서 윌리엄스 감독을 찾아가 인사했다. 10여 년 전부터 KBO 리그에는 시즌 첫 3연전을 시작하면서 두 감독이 만나 덕담을 주고받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후배 감독이 선배 감독실을 찾아가는 형식이었다.
 
미국인인 윌리엄스 감독이 이걸 알 리 없었다. 다른 감독들은 윌리엄스 감독을 굳이 찾아가 인사하지 않았다. 그런데 류 감독이 먼저 적장을 찾았다. 류 감독은 "한국에서는 시즌 초 감독들이 인사하는 관례가 있다. 우린 프로 입단(1987년) 동기다. 나이는 내가 두 살 많다"며 껄껄 웃었다고 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KBO 리그의 문화를 자기 방식으로 흡수했다. 류 감독 말을 듣고 그는 와인 세트를 9개 주문했다. 특별한 와인이 도착한 뒤 처음 치른 시리즈가 한화와의 광주 3연전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 감독대행에게 인사하러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KBO 리그 최연소 감독인 최 감독대행은 깜짝 놀랐다. '대선배'가 찾아오기 전에 윌리엄스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뜻밖의 선물을 받았던 최 감독대행은 3주 후 대형 인삼주로 화답했다. 금산 인삼 중 2013년 우수 인삼으로 담근 귀한 술이었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인삼주를 보고 윌리엄스 감독은 '빅 스마일'을 터뜨렸다.
 
맷 윌리엄스

맷 윌리엄스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 투어'는 반환점을 돌았다. 앞서 그는 이강철 KT 감독으로부터 수원왕갈비, 손혁 키움 감독으로부터 소곡주와 안경케이스, 허삼영 삼성 감독으로부터 경북 청도 특산물 감곡주를 받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자신의 얼굴이 박힌 지난해 우승 기념 소주를 선물했다.
 
'와인 투어'는 갈수록 풍성한 화제를 만들고 있다. 아직 윌리엄스 감독에게 와인을 선물 받지 않은 감독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답례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권위적이고 삭막해 보이는 선후배 간의 '인사 문화'가 윌리엄스 감독으로 인해 변하고 있다. 상대 팀 지휘관은 나이·경력과 상관없이 존중할 대상이라는 걸 그가 보여줬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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