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그룹의 기둥 중 하나인 LG디스플레이의 정상화였다. LG전자 ID사업부에서 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지만 구 회장의 취임 후에도 LG디스플레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3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5조3070억원에 영업손실 5170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역대 분기 최대 영업손실액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기순손실 금액도 5038억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6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중국의 저가공세 등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야 하는 시기지만 LG디스플레이의 사업은 공교롭게 구 회장 취임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연도별 기준으로 2018년, 2019년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역대 최대규모 적자가 전망되는 등 암울하기만 하다.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의 캐시카우였다. 2017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을 정도로 호조였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8년 3, 4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수장 교체 ‘깜짝 효과’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2018년 순손실액 1794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의 순이익액이 1조9371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해 사이에 무려 2조원 이상 빠진 셈이다.
매출 규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7년 27조7902억원의 매출은 2018년 24조3366억원, 2019년 23조4756억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3, 4분기 실적 여부에 따라 20조원 매출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디스플레이) 사업은 고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중점을 두고 육성한 분야로 LG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납품한 OLED 패널에 제품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이폰용 OLED 공급을 시작했지만 아이폰11 프로맥스 패널에서 세로 줄무늬가 생기는 제품 결함이 일어났다. OLED의 선구자라고 자부했던 LG로서는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LG의 OLED 패널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 IT용 LCD 패널 매출이 52%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가 LCD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LCD 패널 양산을 접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이 지난 23일부터 본격적인 8.5세대 OLED 패널 양산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양산 시기가 1년 가까이 지연됐다. 이곳에서 OLED 패널 생산량을 월 9만장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대세화’를 추진 중이지만 글로벌 OLED 생산 업체가 늘어나는 등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 후 가진 첫 사장단 회의에서 “향후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제대로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라고 했던 말을 되새겨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