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인연은 깊다. 첼시의 '황금기'를 함께 만들어냈다. 램파드는 2001년 첼시 유니폼을 입은 뒤 2014년까지 13시즌을 뛴 전설이다. 첼시에서 648경기에 출전했고 211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회 우승 등 첼시에서만 12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램파드의 전성기와 첼시의 황금기는 일치했다.
그 뒤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한 구단주의 역할도 컸다. 러시아 억만장자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첼시 구단주가 됐다. 타 구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적극적인 투자로 첼시를 잉글랜드 최고의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램파드가 첼시를 떠나면서 잠시 끊겼던 둘의 인연은 지난해 다시 시작됐다. 램파드가 첼시 감독으로 부임한 것이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적극적인 의사가 반영된 결과였다. 올 시즌 첼시는 리그 4위로 마감하며 UCL 출전 티켓을 얻었다. 램파드 감독의 지도력도 인정을 받았다.
램파드 감독은 지금 감독으로서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기다리고 있다. 첼시는 2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아스널과 2019∼2020 잉글랜드 FA컵 결승을 치른다. 이 경기를 앞두고 램파드 감독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내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직접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전할 필요는 없다. 나는 항상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지지와 지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첼시 감독을 맡은 후 부터 항상 이런 느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선수 때 경험했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모습도 떠올렸다. 램파드 감독은 "나는 첼시 선수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때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지지와 지원을 느꼈다. 내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나 역시도 행복감을 느꼈다"고 구단주를 향한 마음을 털어놨다.
램파드 감독은 FA컵 우승으로 다시 한 번 구단주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을까. 램파드는 첼시 유니폼을 입고 FA컵 정상에 4번이나 서봤다. 그는 "FA컵에서 우승을 해봤다. 결승에서 골도 넣어봤다. 이번 FA컵 결승을 기다린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