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대체 외국인 타자 화이트는 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9일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타자로서 내 강점은 스트라이크 존을 판단하는 거다. 원하는 공을 기다리고, 노리는 공이 들어왔을 때 놓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 구단과 계약한 상당수의 외국인 타자들이 첫 번째 어필 포인트로 '장타력'을 언급하지만, 화이트가 얘기한 건 의외로 선구안이었다.
이유가 있다. 화이트의 마이너리그 통산(6년) 출루율은 0.404로 꽤 높은 편이다. 통산 삼진(334개)과 볼넷(283개)의 차이가 크지 않다. 2014년 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와 상위 싱글A에서 출루율 0.410을 기록했다. 삼진(67개)과 볼넷(63개)의 비율이 1대1에 가까웠다. 이듬해 화이트는 트리플A로 승격해 무시무시한 출루율(0.467)을 기록했다. 또 삼진(38개)보다 많은 볼넷(42개)을 골라냈다.
당시 프레즈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프레스턴 터커(현 KIA)의 출루율은 0.357이었다. 2019년 5월 대체 외국인 타자로 KIA와 계약한 터커는 2년째 KBO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화이트의 마이너리그 성적은 터커보다 한 수 위다. 특히 마이너리그 통산 출루율만큼은 'KBO 리그 선배' 로베르토 라모스(LG·0.370), 멜 로하스 주니어(KT·0.325), 호세 페르난데스(두산·0.382)보다 모두 앞선다.
눈여겨볼 기록은 O-Swing%이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인 O-Swing%는 30%가 평균이다. 메이저리그(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한 화이트의 통산(4년) O-Swing%는 29%였다. 이 기록을 보면 그의 스윙은 S급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화이트가 무턱대고 배트를 휘두르는 유형은 아니다.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든 백업 선수로 뛰면서도 유인구에 쉽게 속지 않았다. 올해 9일까지 O-Swing%가 30% 이상인 MLB 타자는 무려 76명에 이른다.
SK 외국인 스카우트 관계자는 "화이트의 타격 자세가 낮다. 슬라이더나 포크볼 같은 유인구에 배트가 잘 나가지 않는다. 미국에선 변화구에 잘 속지 않았다"며 "타석에서 본인이 원하는 공을 때리는 스타일인데,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하다. 바깥쪽 공을 무리하게 당겨치지 않는다. 내 공이 아니다 싶으면 참는다.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타자"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복이 크지 않고, 타격의 일관성이 있다는 게 SK 구단 내부의 평가다.
SK가 총액 16만 달러(1억8900만원)를 주고 화이트를 영입한 것은 큰 결단이다.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퇴출한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을 대신해 투수가 아닌 타자를 데려왔다. 화이트는 KBO리그 내 몇몇 구단 영입 리스트에 있던 선수다. SK도 몇 년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동안 KBO리그와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 리그가 파행 운영돼 눈길을 한국으로 돌렸다. 이 틈을 SK가 파고들어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달 31일 입국한 화이트는 현재 인천시 강화군 모처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한 2주 격리가 끝나는 14일 정오 이후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화이트의 1군 데뷔전에 대해 "18일이나 19일이 될 것 같다. 상황 봐서 정하겠다"고 했다. 화이트의 '선구안'이 곧 베일을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