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식 2명 살인 혐의 20대 부모 ‘무죄’
일간스포츠

입력 2020.08.13 17:52

남편 징역 1년6월, 아내 징역 1년 집유 2년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사체은닉·양육수당 부정수급 등은 유죄" 

첫돌도 지나지 않은 자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부부가 살인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부장 조영기)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황모(26)씨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아내 곽모(24)씨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들 부부의 사체은닉, 아동학대, 양육수당 부정수급 등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남편 황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아내 곽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황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곽씨에게는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두 사람에게 2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제한도 내렸다.
 
 황씨 부부는 2015년 첫째 아들을 출산한 뒤 이듬해 4월 둘째 딸을 낳았다. 이후 황씨는 2016년 9월 원주의 한 모텔방에서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2년 뒤 얻은 셋째 아들은 생후 10개월인 지난해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여초 동안 눌러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인 곽씨는 남편의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공판 때 황씨와 곽씨에게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황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딸의 울음소리가 짜증 나서 이불로 덮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평소 딸을 매우 아꼈던 점, 곧바로 이불을 걷어줄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딸의 사망 이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 한 점 등을 비추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법원 “다른 사망 가능성 배제 못 해”

 재판부는 셋째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황씨가 아들의 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다소 부적절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후 아들이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잠든 점과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아내 곽씨의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남편이 행사한 물리력의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한 점 등을 비추어보면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황씨 부부가 숨진 자녀의 사체를 땅에 몰래 묻어 은닉한 점, 자녀 세 명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거나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양육한 점은 유죄로 인정했다. 또 딸이 사망한 뒤에 담당 기관에 알리지 않고 양육수당 710만원을 부정수급한 점 등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모로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올바른 양육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거나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양육했다”며 “피고인들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춘천지검 원주지청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 본 뒤 수사팀과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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