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영 감독은 13일 대구 두산전에 앞서 '최채흥을 더 빨리 바꿀 생각은 없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제만 경기하고 끝날 게 아니다. (남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구원진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채흥은 전날 경기에 선발 등판해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5이닝 동안 17피안타(2피홈런) 1사사구 11실점(11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 경기에서 피안타 17개를 허용한 건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앞서 1987년 6월 10일 잠실 MBC전에서 롯데 윤학길, 1994년 5월 26일 잠실 LG 더블헤더 2차전에서 이상목(한화)이 17개의 피안타를 내줬다. 경기 전 3.42이던 평균자책점이 4.54까지 치솟았다.
난타당했다. 1회 초 1사 후 페르난데스의 안타 이후 오재일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2회 초에는 안타(허경민)-볼넷(김재호)-안타(정수빈)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후속 최용제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3-4로 뒤진 3회 초에는 1사 후 김재환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위기는 계속됐다. 4회 초 2사 후 3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 해 3-7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5회 초를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결국 6회를 버티지 못했다. 경기 흐름만 봤을 때는 5회를 마친 뒤가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삼성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6회 초 마운드를 밟은 최채흥은 선두타자 최용제를 시작으로 박건우, 페르난데스, 오재일, 김재환에게 연속 5안타를 허용해 4실점 했다. 삼성 벤치는 피안타가 쌓이고 적시타가 연이어 터져도 미동조차 없었다. 결국 3-9로 뒤진 무사 2, 3루 김재환 2타점 적시타가 나온 뒤에야 최채흥을 홍정우로 바꿨다.
이에 대해 허삼영 감독은 "조기에 투수를 교체하려면 2회 바꿨어야 했는데 2회 (선발을) 교체하면 이번 주가 험난한 한주가 될 수 있다.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최채흥은 결국 로케이션, 커맨드의 문제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잘 치는 두산 타자들의 페이스가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