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찬란한 8월을 보내고 9월을 맞았다. 지난달 25경기에서 16승 1무 8패(승률 0.667)를 기록했다. 월간 승률 1위다. 두산 베어스를 4위로 밀어내고 3위 자리로 올라섰다. 2위 키움 히어로즈와 게임차도 2경기. 추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8월 마지막 경기인 30일 두산전에서 4-1로 이겨 더욱 기분 좋은 마침표를 찍었다.
LG는 21세기 들어 두산을 거의 이기지 못했다. 두산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밥 먹듯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우승도 세 차례 했고, 한국시리즈 무대는 수차례 밟았다. LG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최종 순위에서 두산을 이긴 건 단 한 번뿐이다. LG가 4위, 두산이 6위였던 2014년이다.
정규시즌 성적으로는 한 차례 더 있다. 2013년 LG는 승률 0.578로 2위에 올랐다. 두산은 0.568로 4위였다. 그러나 두산이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넥센(전 키움)을 꺾고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던 LG를 만났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LG는 ‘가을야구 전문가’ 두산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내줬다. 최종 성적은 두산 2위, LG 3위였다.
LG는 번번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2018년엔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1승15패의 굴욕을 경험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차우찬이 완투해 간신히 전패 위기를 벗어났다. 지난 시즌엔 6승10패로 조금 나아졌지만, 변함없이 열세였다. 올 시즌도 아직은 5승1무8패다.
LG와 두산은 유서 깊은 라이벌이다. 1990년대까지는 LG가 인기도, 실력도 앞섰다. 2000년대 들어 역전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LG는 꽤 오랫동안 ‘당하는’ 쪽이었다. 류중일 LG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부터 두 팀의 라이벌 판도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LG 지휘봉을 잡은 지금, 두산을 향한 도전 의식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은 “두산을 넘어야 우리가 더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다. 선수들이 (두산전에서)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 같다. 올해는 최소한 두산을 상대로 5할 이상 승률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권’에 도전하는 올해가 그 적기다.
LG에 8월은 투타 모두 희망이 커진 시기였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 지난달 5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월간 평균자책점 2위다. 6월까지 부진했던 타일러 윌슨도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52로 확실한 상승세다.
심지어 둘 다 지난달 30이닝 넘게 던졌다. 8월 30이닝 이상 소화한 선발투수는 리그 전체에 7명뿐이다. 그 안에 두 명이 든 팀은 LG가 유일하다. 부상에서 회복한 소방수 고우석도 지난달 7세이브(월간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갈팡질팡하는 두산보다 뒷문이 튼튼하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건 커진 타선의 파괴력이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괴물 모드’다. 지난달 25경기에서 홈런 10개를 쳤다. 리그 전체 타자 중 가장 많다. 주장이자 간판타자인 김현수도 지난달 득점권 타율이 0.500이다. 월간 결승타도 6개로 가장 많고,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전체 2위(1.040)다.
무엇보다 ‘잘해야 할 선수들이 잘해서’ 이겼다는 게 LG로서는 반갑다. 반짝 상승세가 아니라 팀이 안정적으로 강해졌다는 증거라서다. 하락세를 오래 놔두지 않는 ‘회복 탄력성’이 LG의 반전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