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은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됐다. 아마추어 시절 '제2의 김연경'이라고 불릴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기에 당연했다. 190㎝의 큰 키에 빠른 몸놀림을 보여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차세대 대형 날개 공격수로 손꼽혔다.
다만 레프트로는 리시브와 수비가 약점이다. 프로 무대에서 레프트와 센터 중 어떤 포지션이 더 적합한지를 놓고 사령탑의 시선도 나뉘었다. 정호영은 프로 첫 시즌이던 2019~2020 V리그에 레프트로 나와 20경기에서 20점을 뽑는 데 그쳤다.
결국 이번 시즌 센터로 전향했다. 이영택 감독의 제안과 정호영의 기대가 맞아떨어졌다.
출발이 좋다. 8월 30일 열린 컵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 GS칼텍스전에서 3세트부터 교체 투입돼 12점을 올렸다. 정호영의 투입 후 분위기를 바꾼 인삼공사는 0-2로 뒤지던 경기를 세트스코어 3-2로 역전했다.
'적장'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조차 "정호영의 성장이 가장 눈에 띄었다. 상대 팀 선수지만 한국 배구를 짊어나갈 선수다. 정호영의 성장이 반갑다"라고 했다.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센터로 전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리시브와 수비 부담을 덜게 된 정호영은 장점을 살려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중앙에서 속공을 하는 대신, 날개 공격수처럼 때렸다. 정호영은 "포지션을 잘 바꿨구나 싶다"라고 웃었다.
부담을 털어낸 게 가장 큰 소득이다. 리시브와 수비 약점으로 코트에서 위축됐고, 컨디션도 엉망이었다. 그는 "내가 못해서 악플이 많았고, 그 고통이 컸다"라고 했다. 이어 "날개 공격수로 뛰면서 어디 한 구석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항상 축 처져 있어 '몸을 잘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았다"라며 "센터 전향 후 치료를 받지 않을 만큼 컨디션이 좋다. 내 몸이 점점 좋아진다고 느낀다. 처음 느껴본다"라고 설명했다.
정호영이 주춤하는 동안 흥국생명 박현주(2라운드 1순위)와 현대건설 이다현(1라운드 2순위)이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그는 "아주 아쉬웠다. 반면에 자극도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새 출발을 한 그는 배움에 한창이다. 이영택 감독도 프로에서 미들 블로커로 활약했고, 베테랑 한송이 역시 센터로 전향해 뛰고 있다. 그는 "감독님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보다 직접 경험한 부분을 많이 알려준다. 또 송이 언니는 내게 부족한 제2 동작에 대해 조언해준다"라며 "서로 다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라고 웃었다.
컵 대회와 정규시즌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보완해야 한다. 그는 "새 시즌 센터로 뛴다. 더 많이 노력하고 보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