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8월 승률 1위(0.667, 16승 8패 1무)를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진과 불펜진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리고 있다는 점을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또 김현수와 라모스 등 중심타자들의 맹활약도 만족스럽다. 하나 더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이천웅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홍창기가 정말 잘 메워주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7월 중순 손목 골절상을 입은 이천웅은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몸 상태를 회복해 경기 감각을 찾은 뒤 1군에 등록할 예정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천웅과 홍창기 중 누구를 리드오프로 기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졸 5년 차 홍창기는 이미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지난해까지 그는 38경기에 나서 타율 0.196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없었다. 9월 1일 기준으로 그의 올 시즌 성적은 89경기에서 타율 0.275, 3홈런, 21타점이다. 규정타석에 불과 8타석 모자라다. 1번 타자로 꾸준히 선발 출전 중이어서 조만간 규정타석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출전 기회를 얻자 홍창기의 잠재력이 증명되고 있다. 그의 5월 타율은 0.167였다. 이후 6월(0.216), 7월(0.275), 8월(0.326)을 보내는 동안 타율이 우상향했다. 6월까지 득점권 찬스에서 14타수 무안타였으나, 7월 이후엔 29타수 9안타(0.310)를 때렸다.
기본적으로 홍창기는 리드오프 역할에 충실하다. 출루율이 0.416으로 아주 높다. 2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중거리 타자로서의 능력도 갖추고 있다. 3루타 부문에서 공동 1위(5개)이고, 2루타도 19개나 쳤다. 장타율(0.438)이 준수하다.
류중일 감독은 "예전에는 파울이 많았다. (홍창기의) 히팅 포인트가 늦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경기 출장이 늘어나며 타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서 홍창기가 일명 '용규 놀이'를 한다고 많이 좋아하더라"며 허허 웃었다. '용규 놀이'는 한화 이용규가 상대 투수의 공을 끈질기게 파울로 쳐내며, 괴롭히는 것을 의미한다.
홍창기의 타석당 투구 수는 4.40개다. KBO리그 2위. 그만큼 상대 투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아웃되더라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령탑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1번 타자의 모습이다.
이천웅도 콘택트 능력이 좋은 리드오프다. 2018년 타율 0.340, 지난해 0.308를 올렸다. 타석당 투구 수 4.00개로 리그 상위권에 속한다.
LG는 김현수와 채은성, 이형종, 이천웅, 홍창기까지 주전급 외야수만 5명을 보유하고 있다. 세 명이 선발 출장하고, 나머지 둘은 지명타자 혹은 대타로 대기해야 한다. 홍창기의 활약과 이천웅 복귀로 인해 류중일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