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26)가 무려 39년 만에 불명예스러운 평균자책점 기록에 근접했다.
핀토는 8일 인천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8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전 6.57이던 시즌 평균자책점이 6.93(115⅔이닝 89자책점)까지 상승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23명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 22위 한현희(키움)의 기록이 5.70이라는 걸 고려하면 압도적인 꼴찌다. 다음 등판 결과에 따라 7점대 평균자책점 진입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프로야구 39년 역사상 규정이닝 7점대 평균자책점은 딱 한 번 있었다. 1982년 삼미 김동철이 기록한 7.06이 유일하다. 당시엔 리그 전력 불균형이 심했고 이 중 삼미의 전력이 최약체였다. 팀 승률이 0.188(15승 65패)에 불과했다. 삼미 선수 중 규정이닝 6점대 이상 평균자책점 투수만 그해 4명(김재현·감사용·인호봉·김동철)이었다.
'규정이닝 7점대 평균자책점'은 달성하기 무척 힘든 기록이다. 선발 등판을 계속하면서 성적이 나빠야 한다. 보통 국내 투수는 부진이 심각하면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된다. 그렇게 되면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핀토는 외국인 투수라서 등판 기회를 계속 잡는 데 경기마다 대량 실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이 10.80이다. 8월 이후 선발 등판한 7경기에선 평균자책점이 11.61로 더 올라간다. 올 시즌 선발로 나선 22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이 단 한 번도 없다. 5실점 이상이 무려 10회. 8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도 5번이나 있었다. 8일 키움전에선 팀 타선이 무려 10점을 지원 사격했지만 승리 투수 요건조차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초반 잘 던지다가도 한 번에 녹다운된다. 위기관리가 되지 않는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0.350이다.
구위만 보면 다른 외국인 투수에 뒤지지 않는다. 투심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153㎞까지 찍힌다. 변화구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을 다양하게 섞고 컷 패스트볼까지 장착했다. 투구 레퍼토리는 '팔색조'에 가깝다. 관건은 제구다. 시즌 9이닝당 볼넷이 4.98로 규정이닝 투수 중 최악이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1.2%(리그 평균 64.5%)로 23명 중 22위. 마운드 위에서 쉽게 흥분해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 종종 연출된다. 이후 무리하게 정면 승부를 들어가다 무너진다.
SK는 올해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이 부상을 이유로 조기 퇴출당했다. 이후 타선 보강을 위해 투수가 아닌 타자 타일러 화이트를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팀 내 외국인 투수는 핀토가 유일하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지만, 기록은 브레이크 없이 최악을 향해 가고 있다. 워윅 서폴드(한화)와 함께 리그 최다패(12패) 투수인데 평균자책점까지 높다. 악몽에 가까운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