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7~9월 승률 1위다. 53경기에서 승률 0.673(35승 1무 17패)를 기록했다. 9일 현재 6위 KIA에 2경기 차로 앞서 있다. 어느 해보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러나 여전히 살얼음판 위에 있다. 2연패만 당해도 판도에 영향을 미친다. 순위 경쟁은 이제부터다.
사령탑은 불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주 전승(6승)의 원동력은 선발진이다. 그러나 불펜진은 전반적으로 힘이 떨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KT의 8월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KBO리그 1위인 2.47이다. 9월 7경기에서는 4.07로 높아졌다. 이강철 감독은 기록보다 내용에 주목했다. '불펜 데이(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불펜투수들로 한 경기를 꾸리는 날)로 치른 6일 고척 키움전을 돌아보며 "그 경기를 통해 (문제점을) 느낀 바가 있다"고 했다. 데뷔 뒤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던 좌완 불펜 조현우가 등 통증이 생긴 뒤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드러냈다.
KT는 새로 가세한 불펜 투수들 덕분에 몇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 박세진, 하준호가 기대에 못 미치며 좌투수 부재에 시달렸을 때는 조현우가 잠재력을 드러냈다. 김재윤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을 때는 이보근이 자리를 메웠다.
또 한 명의 가세 전력에 기대를 건다. '전' 클로저 이대은이다. 그는 그동안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시즌 초 8경기에서 10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했고, 부상까지 겹쳤다. 취재진이 이대은의 근황을 물으면 이강철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만큼 회복세가 더뎠다.
그런 그가 긴 침묵을 깼다. 5일 고척 키움전에서 106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8-1로 앞선 9회 말 2사 만루에 등판해 에디슨 러셀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6일 키움전에서도 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은 "2구에 불과했지만, 복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도 투입했다"며 "주권, 김재윤과 함께 이대은도 확실히 승리가 필요할 때 쓰는 카드로 내세워야 할 것 같다. 이대은이 잘해줘야 현재 자리(순위)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라며 속내를 전했다. 힘이 떨어진 불펜진에 이대은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이대은은 5일 등판에서 직구 최고 스피드가 시속 145㎞까지 나왔다. 6일 등판에서는 주무기 포크볼이 돋보였다. 이대은의 재기를 예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사령탑이 바랐던 복귀 조건으로 꼽던 구속과 변화구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복귀 세 번째 등판부터 고비를 맞이했다. 10일 창원 NC전에서 8-8 동점이던 6회 말 등판해 투런포 포함 3점을 내줬다. 아웃카운트는1개밖에 잡지 못했다. 4점 지고 있던 상황에서 타선이 동점을 만든 직후였다. 벤치가 이기겠다는 의지로 그를 투입했지만,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이대은은 2019시즌 17세이브를 기록하며 KT 창단 한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2020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KBO리그 데뷔 시즌에 워낙 못해서 부담은 적다. 대신 적응력은 좋아졌다"며 자신감을 전했다. 그러나 1군에서 100일 넘게 이탈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어려움 끝에 기회를 얻었다.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하면 개인 명예도 회복할 수 있다. 그가 복귀 뒤 첫 부진을 이겨내고, 이강철 감독의 바람대로 필승조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