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29·탬파베이)이 베이브 루스(1895~1948)가 될 때가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MLB) 최고 투수 게릿 콜(30·뉴욕 양키스)을 상대하는 날이다. 미국 스포츠넷 뉴욕은 6일(한국시간) 트위터 계정에 '콜을 상대하는 최지만'이라는 글과 함께 전설적인 홈런왕 루스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 최지만이 또 루스가 됐다. 최지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양키스와의 MLB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3승제) 1차전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투런 홈런을 포함해 3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기록한 건 지난해 ALDS 3차전에서 휴스턴 잭 그레인키로부터 때린 솔로홈런 이후 두 번째다.
최지만은 1-2로 뒤진 4회 말 무사 1루에서 콜의 시속 154㎞(95.8마일) 직구를 걷어올렸다. 강속구를 받아친 타구는 더 빨랐다. 시속 175㎞ 속도로 131m를 비행한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였다. 최지만에게 홈런을 맞은 콜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했다.
이날 대포는 최지만이 콜에게서 뽑아낸 네 번째 홈런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최지만은 콜에게 개인 통산 12타수 8안타(타율 0.667), 3홈런, 8타점으로 매우 강했다. 타격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최지만이 이날 4번 타자로 나선 이유다.
허벅지 부상으로 고생했던 최지만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어렵게 합류했다. 앞서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는 대타로만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콜이 등판하는 경기에 중심 타선에서 의미 있는 홈런을 날렸다.
외신들도 이 대결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지난겨울 콜은 MLB 역대 투수 최고액인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3762억원)를 받고 양키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이자 포스트시즌에 강한 '빅게임 피처' 콜을 상대로 MLB 최저 수준의 연봉(85만 달러·9억8600만원)을 받는 최지만이 유독 강한 게 신기하기 때문이다. 올해 맞대결 성적이 특히 압도적이지만, 정규시즌 통산 성적을 봐도 타율 0.526(19타수 10안타) 5홈런으로 최지만의 완승이었다.
콜은 5회 말 2사 1·3루에서 최지만을 다시 만났다. 1루에 주자가 있는데도 최지만에게 볼 2개를 던진 뒤 고의사구를 선택했다. 콜이 포스트시즌에서 고의사구를 내준 건 MLB 데뷔 후 처음이었다. 정규시즌을 포함해도 피츠버그에서 뛰었던 2017년 9월 13일 밀워키전 이후 3년 만이었다. 그만큼 콜에게 최지만은 베이브 루스급으로 껄끄러운 상대였다.
최지만의 맹활약 속에서도 탬파베이는 3-9로 역전패했다. 양키스는 5회 초 카일 히가시오카와 에런 저지의 홈런으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9회 초 1사 1·2루에서 터진 애런 힉스의 중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1사 만루에서는 지안카를로 스탠턴이 만루포를 터뜨려 9-3 역전승을 완성했다. 콜은 최지만에게 완패하고도 6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선발승을 기록했다.
홈런 6개가 오간 난타전에서 최지만은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최지만은 현지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콜에게 특히 강한)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콜은 정말 좋은 투수다. 내가 편하게 타석에 들어서서, 투구에 집중하니 잘 맞은 것이다. 노림수가 좋았다"며 "(콜이) 오늘은 평소에 잘 던지지 않던 커브를 던졌지만, 난 직구를 노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지만은 또 "오늘은 지나갔다. 내일 새로운 날이 온다. 여전히 우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낀다. 내일 우리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1차전을 아쉽게 내준 탬파베이는 7일 오전 9시 10분 같은 장소에서 양키스와 ALDS 2차전을 벌인다. 탬파베이는 와일드카드시리즈에서 류현진을 이겼던 우완 선발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양키스는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우완 신인 데이비 가르시아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가르시아는 양키스 구단 사상 가장 어린 나이(21세 140일)에 포스트시즌 선발로 등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