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은 지난 4일 수원 KT전 3회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 자진 강판했다. 마운드를 내려간 직후 '오른 팔꿈치 후방 충돌 증후군'에 의한 통증 소식이 전해져 걱정을 자아냈다.
그러나 5일 정밀 검진 결과 팔꿈치 염증 소견을 받았다. 구단은 "1~2주 주사 치료 후 경과를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중일 LG 감독 역시 "주사와 약물치료 이후 일주일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공을 던질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LG는 최소 한두 차례 윌슨의 빈자리를 메울 대체 선발 자원이 필요하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역시 더블헤더가 편성돼 한 주에 7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이다.
가뜩이나 최근 LG는 선발 투수가 부족해 김윤식과 이우찬, 남호 등 '임시 선발'을 기용한 터였다. 류중일 감독은 "6일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남호를 다음날(7일) 1군에서 제외할 계획이었지만, 일단은 보류한다"고 밝혔다. 선발진의 한 자리가 비어 상황에 따라 선발 투수로 계속 기용할 수 있어서다.
윌슨은 지난 2년간 LG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 시즌 성적은 10승 8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 성적에는 한참 못 미치나 올해도 팀 선발진 가운데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최근 기복이 심하지만, 계산이 서게 하는 투수다. 류중일 감독은 "윌슨이나 켈리 등 기존 선발진은 5이닝 이상은 던져줄 것으로 어느 정도 계산이 서지만, 경험이 적은 투수는 그렇지 않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순위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즌 막판, 외국인 투수가 빠져 LG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LG는 내심 최종 2위까지 바라지만, 여기서 미끄러질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도 빠져 있고, 윌슨도 정규시즌 종료까지 몇 경기 남겨두지 않고 갑자기 빠졌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현재 10월 18일까지 일정이 확정된 상태다. 우천순연으로 미편성된 5경기는 그 이후에 치른다. 다음 주까지 2주간의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것 같다. 순위가 따닥따닥 붙어있으니까"라고 했다.
LG로선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6일 데뷔 첫 선발 등판한 프로 2년 차 남호가 가능성을 입증했다. 5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의 '깜짝투'를 선보였다. 1회 무사 만루 위기를 맞고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15타자 연속 범타 처리로 눈도장을 찍었다. 볼이 다소 많았으나, 투구 수도 78개(스트라이크 44개)로 적당했다. 남호가 윌슨이 빠진 선발진의 한 자리를 당분간 메울 가능성이 커졌다.
그래도 LG로선 윌슨의 부상이 장기화하거나 돌아오더라도 컨디션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한 '시나리오'를 떠올리기 싫다. 윌슨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1군에 복귀해 팀에 보탬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