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41)은 KBO리그 역대 최초로 개인 통산 2500안타를 기록한 뒤에도 "기쁘게 축하받을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19년째 유니폼을 입고 있는 LG가 연장 12회 접전 끝에 졌기 때문이다.
정작 박용택은 대기록 달성을 마음껏 즐기지 않았지만, KBO리그에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박용택은 6일 잠실 삼성전 2-2로 맞선 9회 1사 1루에서 구본혁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삼성 이승현의 직구를 잡아당겼고, 공은 우익수 구자욱의 키를 넘어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2루타. 그의 개인 통산 2500번째 안타였다.
KBO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150안타, 최다 10년 연속 3할 타율을 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안타'를 묻자, 답은 금세 돌아왔다. 프로 첫 안타다. 날짜를 제외한 상황과 상대 투수 등 정확하게 기억했다. 박용택은 2002년 4월 16일 문학 SK전에서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에게 뽑아냈다. 그는 "2002년 탈삼진 1위에 오른 에르난데스에게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렸다.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과 내 스윙, 그리고 타구가 날아간 방향과 장면까지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박용택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한 가지 기억을 더 소개했다. 그는 "당시 팀의 19이닝 연속 무득점을 깨트리는 소중한 안타"라고 회상했다.
박용택의 2319번째 안타도 특별한 순간이다. 2018년 6월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기록했다. 이 안타로 양준혁(2318개)를 넘고 KBO 역대 개인 최다안타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이날 역시 잊지 못할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는 "당시 신기록을 작성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는데, KBO의 요청으로 팀 매니저가 2318번째 안타를 뽑은 배트를 갖고 갔다. 계속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데 당황스러웠다"고 웃었다. 한국 야구의 한 역사인 만큼, 이를 기념해 KBO에서 보관 및 야구 박물관 소중품으로 보전하기 위해서였다.
박용택의 2500번째 안타가 팀의 극적인 승리의 발판을 놓았더라면 더 짜릿한 순간으로 뇌리에 남았겠지만, 팀 패배로 '아쉬움'이 크게 자리잡았다. 그래도 박용택은 "류중일 감독님과 이병규 타격 코치 등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가장 존경하는 은사 김용달(현 삼성) 코치님으로부터 꽃다발도 전해 받아 다행이다"고 웃었다.
박용택은 줄곧 2500안타에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KBO 개인 최다 출전 기록에 더욱 애착을 드러냈다. 현재 이 부문 기록은 정성훈이 가진 2223경기다. 박용택이 1위로 등극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보다 더욱 바라는 건 팀의 우승이다. LG는 내심 최종 2위까지 바라지만 현재 순위 싸움은 아주 치열하다. 최근 분위기를 반등하지 못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올해처럼 여러 팀이 뒤엉켜 순위 싸움을 하는 건 처음이다. 몇 경기 결과로 팀 순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라며 "후배들이 이 긴장감을 즐겁게 받아들여 마지막에 웃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