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과 파리의 열 세 번째 러브스토리도 '해피엔딩'
일간스포츠

입력 2020.10.14 06:00

김희선 기자
 
러브 스토리의 시작은 열아홉 살 초여름이었다.
 
프로 무대 데뷔 후 모두를 놀라게 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19세 소년은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까지 단 한 포인트만 남겨두고 있었다. 상대는 당시 세계 37위였던 마리아노 푸에르타(42·아르헨티나).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대에게 내줬지만, 그 뒤로 내리 2세트를 따내며 역전했다. 4세트도 4-5로 뒤져있다가 무서운 기세로 뒤집었다.
 
승리를 앞둔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푸에르타의 백핸드가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자 소년은 그대로 코트에 드러누워 포효했다. 매츠 빌랜더(1982년), 구스타보 쿠에르텐(1997년) 이후 프랑스 오픈 출전 첫해 우승을 달성한 역대 세 번째 선수가 탄생한 장면이었다. 동시에 '흙신' 라파엘 나달(34·스페인·세계랭킹 2위)이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파리와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2005년 나달의 프랑스 오픈 우승은 그가 앞으로 써 내려 갈 '흙신의 신화' 첫 페이지에 불과했다. 4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은 나달의 '안방'이었다. 프랑스 오픈의 왕좌는 그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어쩌면 2005년의 나달조차도, 자신이 이렇게 오래 왕좌를 지킬 것이라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나달은 이후 2008년까지 프랑스 오픈 4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연패,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흙신'이라는 별명답게 프랑스 오픈을 지배했다. 특히 2008년에는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결승전까지 단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으며 무실 세트로 우승을 차지했고,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나선 2010년 대회에서도 또다시 무실 세트 우승을 달성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0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결승.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와 만난 나달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6-0, 6-2, 7-5)으로 대회 통산 13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나달은 박빙 승부를 예상했던 이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그에게 패한 조코비치조차 "나달은 왜 자신이 클레이 코트의 황제인지 보여줬다"는 말로 경의를 표했다.
 
나달은 1세트 조코비치의 첫 서브 게임에서 40-15로 끌려가다가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기선을 잡았다.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세 차례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넘기고 4-0을 만들었다. 이어진 게임에서도 조코비치가 40-15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나달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2세트와 3세트 역시 조코비치가 게임을 잡아내며 분위기를 반전하려 할 때마다 나달이 원천 차단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3세트 게임 스코어 6-5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나달은 침착하게 포인트를 만들어 나갔다. 40-0 상황에서 마지막 포인트를 서브 에이스로 잡아낸 나달은 코트에 무릎을 꿇고 환호했다. 대회 4연패,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 타이기록인 20회 우승의 대기록 역시 나달의 것이 됐다. 프랑스 오픈 외에 나달은 US오픈 4회 우승, 윔블던 2회 우승, 호주 오픈 1회 우승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나달은 경기 후 "프랑스 오픈에서 또 우승했다는 게 기쁘다. 롤랑 가로스는 내 선수 경력의 중요한 때를 보낸 곳이다. 내가 이 코트, 도시와 만든 러브 스토리는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말로 기쁨을 드러냈다. 첫 번째 '러브 스토리'였던 2005년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흙신' 나달과 프랑스 오픈의 러브 스토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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