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준비하고 작년 옷 꺼내입고…와신상담의 정석, 포항
일간스포츠

입력 2020.10.20 06:00

김희선 기자
지난 18일 울산전 득점 후 환호하는 포항 팔로세비치와 송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18일 울산전 득점 후 환호하는 포항 팔로세비치와 송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동해안 더비에서 한 번은 이기고 끝내야죠."
 
세 번의 맞대결 전패가 포항 스틸러스에 남긴 건 독기였다. 그 독기가 포항과 울산 현대의 올 시즌 '동해안 더비' 네 번째 맞대결을 완승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포항은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25라운드 울산과의 경기에서 4-0으로 이겼다. 전반 2분 만에 일류첸코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상대 외국인 선수 불투이스와 비욘 존슨이 후반 11분과 16분 연달아 퇴장 당한 뒤 수적 우세 속에서 3골을 더 추가했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8경기 연속 무패(7승1무) 행진을 이어가며 3위(14승5무6패·승점47) 굳히기에 들어갔다. 또 25경기 51골로 울산과 득점이 같아지면서 김기동 감독의 올 시즌 목표였던 '팀 득점 1위' 달성 가능성도 높였다.
 
16승6무3패(승점54)가 된 울산은 같은 날 광주 FC를 4-1로 꺾은 전북 현대(승점54)와 승점 동률이 됐다. 다득점에서 앞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당장 다음 라운드 전북과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포항전에서 퇴장당한 불투이스와 비욘 존슨은 남은 두 경기인 전북전과 광주전에 모두 출전할 수 없다. 현장에선 우스갯소리로 "순위가 뒤집히면 전북이 포항에 상금을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울산이 입은 상처는 그 정도로 컸다.
 
이날 포항과 울산의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 시즌 12월 1일 열린 최종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포항은 선두 경쟁에서 멀어진 상황에서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울산은 전북과 피 말리는 우승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그때도 포항이 울산을 4-1로 난타한 끝에 이겼다. 이 정도면 우승의 기로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는 '라이벌' 포항의 존재가 울산에 공포 그 자체로 각인될 법도 하다.
 
올 시즌 울산과 세 번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포항은 마지막 동해안 더비를 위해 와신상담했다. 첫 경기는 전력 누수 속에 0-4로 패했고, 두 번째 경기는 결정력 부족으로 0-2 패배. FA컵에서는 연장전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없던 독기도 생길 상황이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이 지난 18일 열린 울산전 4:0 승리 후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김기동 포항 감독이 지난 18일 열린 울산전 4:0 승리 후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마지막 대결에 앞서 포항에 주어진 시간은 대표팀 소집 기간을 더해 약 2주. 김기동 감독은 "2주 동안 전력분석관이 잠도 못 잤다. 코칭스태프도 계속 회의를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연습경기를 반복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한 결과가 마지막 울산전 대승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옷장에서 지난 시즌 최종전 때 입었던 옷까지 꺼내 입었다. "울산과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서"였다.
 
포항이 얼마나 간절하게, 또 독기를 품고 이 경기를 준비했는지는 일류첸코의 두 번째 골이 터진 순간 선명해졌다. 상대 두 명이 퇴장당하고, 추가 골이 나오면서 2-0으로 앞선 후반 25분, 김기동 감독은 곧바로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먼저 투입한 송민규에 이어 팔로세비치가 그라운드에 들어서면서 포항의 화력이 배가됐고 울산의 골문은 무기력하게 열렸다. 포항은 네 골을 넣고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울산 골대를 두들겼다. 김도훈 감독이 "네 골로 버틴 것도 잘한 경기"라며 씁쓸해할 만큼, 포항은 와신상담의 정석을 보여줬다.
 
포항=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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